[채송무기자] 청와대에서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여권이 최근 메르스와 가뭄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힘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당청관계는 그야말로 소통 제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장을 넘은 지난 5월 29일 이후 당청 간 소통은 올스톱됐다.
이 기간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이 퍼지면서 공포가 확산돼 국가적 위기로 비화됐고, 가뭄 피해가 커지기도 했다. 이같은 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 등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그러나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합심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최악의 분열을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 등을 겨냥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당 내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휘몰아치고 있다.
당내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해 조기 사퇴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실패하면서 상황은 장기화되고 있다. 친박계 최고위원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에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도 조속한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자신의 거취가 개인적인 측면이 아니라 당과 국가, 정치 발전의 대의명분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 본인이 자진 사퇴하지 않고는 사퇴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당이 갈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명예 퇴진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정병국·이병석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이에 반박하는 등 당에 우세를 점하고 있는 비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뒤를 받쳤다.
친박계는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를 통해 김무성 대표 체제의 와해까지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현재 당내 구도 상 비박계가 우세해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 지도부가 와해된다면 당헌당규상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친박계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유승민 원내대표와는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승민 거취 정국'이 이슈 블랙홀이 돼 청와대가 하고 있는 핵심 개혁과제 중간점검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최근 상황은 메르스 후폭풍과 가뭄 영향 등으로 최근까지 개선세를 보여오던 민간 소비와 서비스업 부문이 위축되고, 수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도 1일 "현 상황 방치시 우리 경제는 정상 성장 궤도를 이탈해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된다"며 "메르스 충격 조기극복을 위해 추경을 포함한 충분한 규모의 재정 보강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당청간 소통부재가 계속될수록 위기 극복을 위한 여권의 대응은 느려지고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친박계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기한을 6일로 잡아 여권의 내홍은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여권이 힘을 합쳐 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이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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