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이동통신과 인터넷, 방송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이른바 '결합상품'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각 단품 상품별로 동등하게 할인율을 적용하는 '동등할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송통신 결합상품별 동등할인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윤두현 협회장은 "이용자 혜택은 줄이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합리적인 결합상품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동등할인 방식으로의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며 "최소한 허위과장광고와 과도한 경품과 현금으로 가입자를 사는 마케팅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품별로 동등하게 할인, 이용자 혜택 축소는 없어
협회가 주장하는 '동등할인'은 이용자가 받는 혜택인 전체 할인율은 변화가 없지만 '인터넷 공짜', '방송 공짜' 등의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판매할때 전체 가격의 30%까지만 할인해주면 정부의 요금적정성 심사를 면제받는다. 단품별로 할인율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3가지 상품의 요금 총합에서 30%를 할인할 경우 단품 하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마케팅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결합상품을 구매할때 어떤 상품에서 얼마나 할인받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인터넷 공짜' 등의 마케팅이 난립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이를 악용해 인터넷 시장이나 방송 시장까지 장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윤두현 협회장은 "강자가 지배력을 휘두르는 시장은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상품 구성별 동등 비율로 할인하고 이용자도 이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합하면 방송 공짜' 마케팅 불공정
이처럼 협회가 동등할인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동통신 서비스 중심의 결합상품 시장에서 '방송이나 초고속 공짜' 식의 마케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 그러다보니 케이블TV사업자들은 가입자 점유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동전화나 초고속인터넷 등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 대한 결합상품 구성이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SK텔레콤과 KT가 결합상품 경쟁에 가세했다.
더욱이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중심의 통신사업자들의 마케팅 강화로 2008년 37.8%에 달하던 케이블TV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은 2013년 17.9%로 급격히 하락했다.
해당기간 통신사업자들은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을 2013년 82.1% 수준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이동통신 상품 가입 회선 수에 따라 할인해주는 이동통신 중심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특히 협회는 통신사들의 '공짜 마케팅' 공세가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이 결합상품을 구성하면서 케이블TV 등 중소통신사업자들의 주력상품인 초고속인터넷이나 유료방송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최근 방통위가 '공짜' 마케팅 등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공짜' 마케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동등할인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면 이같은 위법행위를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두현 협회장은 "방송은 문화상품으로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산업인데 '이동통신과 결합하면 공짜'라는 식의 허위과장 마케팅으로 플랫폼과 콘텐츠산업까지 병들어 가고 있다"며 "공정경쟁을 유도해 방송통신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이용자 후생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며 미래부와 방통위의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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