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청산 위기에서 다시 회생으로 '희망의 끈'을 극적으로 다시 잡은 팬택 본사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했다.
법원이 옵티스컨소시엄과 팬택의 인수합병(M&A) 양해각서 체결을 허가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7일 상암동 팬택 본사를 찾았다.
이날은 팬택 인수를 추진 중인 옵티스컨소시엄 실사단이 이준우 대표 등 팬택 임원진과 상견례를 갖기 위해 사옥을 찾는 날이었지만, 회사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간간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직원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1천명이 넘는 직원 중 현재 채 100명이 되지 않는 직원들만 출근을 하고 있는 터라 사실 소란스러운 게 더 이상할 듯 하다.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한 팬택 직원은 로비 의자에 앉아 "옵티스라고 삼성 출신이 만든 회사라는데 앞에 회사들보다는 낫겠지"라며 "에휴 잘 모르겠다"고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팬택 내부적으로도 이번 인수에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옵티스컨소시엄이 개발인력이나 특허 뿐만 아니라 제조인력과 생산공장까지 인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내부에선 회생 가능성이 일단 열렸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안됐던 전례가 있었던만큼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류를 든 옵티스컨소시엄 실사단 5명은 이날 오후 4시 사옥에 들어섰다. 이들은 팬택 경영진과 약 1시간30분간 면담을 갖고 실사 일정을 조율했다. 실사단은 법원의 허가 후 곧바로 실사에 착수할만큼 팬택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는 팬택 사옥을 나서기 전 회사의 24년 역사가 담긴 사진이 걸린 갤러리를 찾았다. 사진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간절한 염원을 담은 팬택 임직원들의 글귀였다.
갤러리에는 '내년에도 오늘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극적반전 팬택', '팬택은 죽지 않는다' 등 팬택 부활을 소망하는 포스트잇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시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갤러리 방문자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남겨 놨다. 팬택 직원이 되는게 꿈인 한 고등학생의 편지도 눈에 띄었다.
회사 밖으로 나오니 2층 창문에 직원들이 포스트잇을 이어붙여 만든 'I♡팬택'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애써 무심한 척 했지만 모두 속으로 절절한 희망가를 부르고 있을 터다. '팬택은 부활할 것이다'라는 고요속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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