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TV 앱 개발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주축으로 플랫폼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LG전자는 웹OS 기반 개방형 전략으로 타이젠을 제외한 경쟁사 플랫폼까지 끌어안고 있어 주목된다.
LG전자 TV연구소 이동영 수석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스마트TV 기술 및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1개의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로 8개의 플랫폼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CES 2014'를 통해 자체 스마트TV 운영체제인 웹OS 1.0을 첫 선보인 뒤 올해 2.0까지 발전시켰다.
'웹OS'는 말 그대로 기존 웹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HTML 기반 스마트TV 플랫폼이다. '엔요(Enyo)'라 불리는 웹앱 프레임워크 위에서 웹앱이 구동된다. 인터넷 생태계가 OS안에 그대로 녹아 있는 구조다.
LG전자는 이를 위한 '커넥트 SDK'라 불리는 개발도구를 제공, 애플TV를 비롯한 로쿠, 크롬캐스트, 아마존 파이어TV 등 총 8개 경쟁사의 TV 플랫폼용 앱도 함께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웹OS 확산을 위해 개방형 전략을 택한 셈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지원 대상에 삼성전자 OS인 타이젠은 제외됐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원한다면 지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동영 수석은 "현재는 아니지만 타이젠쪽(삼성전자)에 문제가 없다면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타이젠 지원 문제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웹OS 방식의 스마트TV가 늘면서 LG전자의 공세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파나소닉의 파이어폭스 TV나, 샤오미의 미UI를 담은 미(MI)TV 역시 웹 기반 OS 중심의 스마트TV 들이다.
◆'타이젠' 올인 삼성, "웹OS, 앱마켓 정책 불투명"
삼성전자도 기존의 '삼성 스마트 TV SDK'를 벗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타이젠 TV SDK'를 공식 선보였다.
타이젠은 리눅스재단이 지난 2011년 9월 시작한 오픈소스 모바일 OS 프로젝트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인텔 주도하에 현재 SK텔레콤, NTT도코모, 후지쯔, 화웨이, 스프린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를 자사 스마트TV를 비롯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으로 대상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0년 첫 SDK 1.5 버전이 나왔을때 삼성 스마트TV 앱은 30여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천여개까지 늘었다. LG전자에 비해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개발자 수도 압도적이다.
또 지난해를 기점으로 삼성의 전략도 바뀌었다. 타이젠 TV SDK출시 이전까지는 삼성전자가 내놓고 싶은 앱이 주류였다면, 타이젠 부터는 개발자들이 원하는 앱이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이태동 수석은 이와 관련 "삼성은 '참여의 장'을 만들기 위해 타이젠을 선택했다"며 전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LG전자의 웹OS에 대한 자신감과 달리 삼성측은 이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태동 수석은 "(LG전자의)웹OS는 개발자로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앱마켓에 대한 정책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며 "앱정책을 좀더 투명하게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TV 플랫폼 경쟁, 앞으로 더욱 가열"
시장조사기업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판매된 스마트TV는 8천680만대 수준으로, 올해 1억대에 육박, 내년부터는 연간 판매량이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판매된 스마트폰 판매량이 13억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지만 스마트TV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판매량의 43.4%를 차지할 정도로 양사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 모바일 OS 시장의 양강 체제와 달리 스마트TV는 아직 뚜렷한 지배적 플랫폼이 없는 상태다. 판매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 스마트TV에 타이젠이 탑재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스마트TV가 향후 사물인터넷(IoT)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등과 함께 삼성이나 LG가 스마트TV 생태계 구축 등 플랫폼 주도권 확보에 의지를 보이는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아틀라스리서치 정근호 팀장은 "스마트TV는 타이젠, 웹OS, 미UI, 파이어 TV와 같은 독자 플랫폼과 안드로이드TV, 로쿠, 파이어폭스, 알리바바 등 제조사 연합 형태로 나뉜다"며 "다만 점유율이 높은 삼성과 LG간 향후 지배적 플랫폼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스마트TV 앱 개발을 위해서는 앞으로 타 단말 연동 기능이나 맞춤형 고객 서비스,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보안 기능을 염두한 요소들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상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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