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한국인의 은퇴준비가 6년 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수준별 양극화는 심화됐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14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들의 은퇴 준비 정도를 조사한 '제4회 2014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은퇴 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금을 은퇴 직전 소득과 비교한 '목표소득대체율'은 지난 2008년 62%에서 2014년 57%로 점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은퇴준비 수준, 소득별·직업별 격차 커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 공동센터장인 최현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목표소득대체율이 하락한 것은 그만큼 은퇴 후 생활수준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거나 은퇴에 대해 더 현실적이 돼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희망하는 은퇴생활 수준과 실제 은퇴준비 수준의 차이를 의미하는 '은퇴준비격차'는 조사 이후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 2008년 은퇴준비격차는 21%포인트였으나, 지난해에는 13%포인트로 줄었다.
최 교수는 "은퇴준비격차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연령, 직업, 소득분위별로 다르게 나타나 은퇴 준비도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직업별로는 전문·관리·기술직의 은퇴준비격차가 6%포인트로 가장 낮아 은퇴준비가 잘 돼 있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뒤 이어 사무직(10%포인트), 서비스직(10%포인트), 생산직(11%포인트), 판매직(21%포인트) 순이었다.
소득분위별로 볼 때 고소득층일수록 은퇴준비가 잘 돼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열악한 수준이었다.
특히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집단의 은퇴준비격차는 -1%포인트로, 은퇴 후 목표로 하는 소득을 초과한 은퇴소득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최저 소득층인 1분위의 경우 은퇴준비격차가 49%포인트로 매우 크게 나타나 은퇴 후 삶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현재 은퇴자들은 공적연금을 통해서는 30%, 퇴직연금은 8%, 나머지 61%는 개인연금과 저축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지속적으로 공적연금의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퇴직연금, 사적연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하락으로 사적 대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시대에서는 지금과 같은 안정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로는 목표수익률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은퇴 준비자들의 자산관리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은퇴시점을 늦추는 것과 생활수준을 낮추는 것과 더불어 자산 운용 방법에 따라 수익률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되고 적정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운용 관련 규제가 합리적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日 전문가 "60~75세 인출과 투자 병행하는 전략 필요"
노지리 사토시 피델리티 일본 투자자교육연구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은퇴준비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사토시 소장은 "세계의 인구통계 추세를 볼 때 일본은 고령화 수준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은 고령화 속도에서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2005년에 고령화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도달했으며, 한국은 오는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화사회까지 진행되는 기간이 27년으로 영국(125년), 미국(89년), 이탈리아(81년), 중국(35년)에 비해 빠르다.
사토시 소장에 따르면 올 2월 일본 은퇴자 8천명을 대상으로 한 투자행태 조사에 따르면 70%가 '국민연금으로 은퇴 준비가 충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고령자와 수령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의 연금 수준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재 일본의 연금시장 규모는 국민연금이 2조3천억달러로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형 확정급여(DB)가 25%, 기업형·개인형 확정기여(DC)가 3%를 차지하고 있어 개인의 자산 형성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은퇴를 대비하고 자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사토시 소장은 95세 수명을 예상으로 연령에 따른 은퇴 준비 모델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30~40세에는 월 4만엔, 40~50세에는 월 5만엔, 50~60세에는 월 6만엔을 투자해 30~60세까지 총 2천806만엔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0~75세에는 인출과 투자를 병행하는 구간이다. 모아놓은 자금에서 매년 4%를 인출하되 나머지 금액은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출을 매달 일정한 금액의 '정액'이 아니라 갖고 있는 자산의 일정 비중인 '정률'로 인출해야 한다"며 "이후 75세 이상에서는 매년 10만엔씩 인출하는 것을 가정했다"고 덧붙였다.
김다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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