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휴대폰에 쏠려있던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다시 부품과 세트의 균형점을 찾은 것일까. 반도체 사업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영업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말 그대로 휴대폰 회사에서 반도체 회사로의 귀환이다. 이로써 부품(DS)과 세트(휴대폰 TV 가전) 의 사업비중은 4분기를 기점으로 6대4로 역전됐다.
지난해 스마트폰 수익성 둔화 등 여파로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관련 실적이 지난해 4분기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한 점, 그동안 특정 사업부문의 과도한 쏠림 등 사업구조의 '비정상의 정상화' 라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29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52조7천300억원, 영업이익 5조2천9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11% ,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환율 변동, 유가 급락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반도체 사업 호조와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
또 4분기 환율이 급변한 가운데 부품 사업은 달러화 강세로 긍정적 영향을 받은 반면 세트 사업은 이머징 국가의 통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면서 전사적으로는 환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각각 20%와 50% 이상 줄어든 규모다. 연간 실적 역시 매출은 206조2천1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고, 영업익은 25조300억원으로 32% 가량 급감했다.
삼성전자가 연간 기준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매출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처음, 이익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몇년간 고속 성장을 견인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둔화로 성장세가 꺾였지만 다행히 지난해 4분기 하락세가 진정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도체 비중 51% 돌파, 세트-부품 균형 '주목'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영업익이 5조원을 돌파하며 시장 기대치를 훌쩍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익에 대한 시장컨센서스는 4조7천~4조8천억원대 였다.
또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3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은 11%, 영업익도 30% 가량 늘었다.
이는 반도체가 시장 기대보다 좋은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익을 거두고, 스마트폰 등 IM부문도 시장 우려보다는 좋은 실적을 내놓은 결과.
4분기 반도체 매출은 10조6천600억원, 영업익은 2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를 돌파, 휴대폰 회사에서 반도체 회사로 회귀한 셈이다.
실제로 전년 같은기간 휴대(IM)과 반도체의 영업익 비중은 각각 65%와 37%로 휴대폰사업이 압도적이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68%와 19%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휴대폰 비중은 24%로 축소됐고, 연간 기준으로도 반도체와 휴대폰은 35%와 58%로 격차를 좁혔다.
부품과 세트로 보면 비중이 균형을 찾아가면서 말 그대로 특정사업부문의 쏠림은 완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성수기 효과로 견조한 메모리 수요가 지속됐고 ,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시스템LSI도 20나노 AP 공급 증가에 따른 가동률 향상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3분기 600억원에 그쳤던 영업익이 4분기 4천700억원으로 급증하며 힘을 보탰다. LCD패널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났고 OLED패널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등 IM부문의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 보다 좋은 1조9천60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5조원을 웃돌았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급감했지만 1조7천억원대까지 떨어진 3분기에 비해서는 개선됐다.
갤럭시 노트4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개선되고 유통재고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실적이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 실적 개선을 확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TV와 가전 등 CE부문역시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다. CE부문 4분기 영업익은 1천800억원으로 역시 500억원대에 그쳤던 지난 3분기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됐다. 다만 6천억원을 웃돌았던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역시 급감했다.
◆올해 반도체 견조-휴대폰·패널은 '변수'
삼성전자는 이같은 4분기 실적개선을 위해 전사적으로 비용의 효율적 집행을 추진했고,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도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유로존 경기 둔화, 신흥국 금융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각 사업부문도 상황에 따라 안정세, 회복세, 성장세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D램, LCD패널, TV 사업은 차별화된 기술과 고부가 제품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낙관했다. 특히 낸드, 시스템LSI 사업은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스마트폰, OLED패널 등은 업황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원가 경쟁력과 제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실적 회복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연간 25조원 규모의 이익을 거두면서 연말 결산배당으로 전년보다 40% 가량 높아진 보통주 기준 1주당 1만9천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23조4천억원(반도체 14.3조원, 디스플레이 4조원 등) 규모의 당초 계획된 수준의 시설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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