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버리고 대화면 스마트폰 카드를 꺼내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마법이 통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한 아이폰 판매(7천450만대) 호조와 중국 등 해외 매출 신장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깜작 실적'을 거뒀다.
그동안 애플은 휴대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만 판매, 20%가 넘는 순익률을 올리는 고마진 전략을 펼쳐 다른 제조사를 압도했지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만큼은 2011년 3분기 이후 삼성에 밀려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분기 그동안 삼성과 3천만대~4천만대까지 벌어졌던 판매량 격차를 약 500만대까지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10% 밑으로 떨어졌고, 판매량 같은 외형적 성장세도 8천만대 안팎으로 답보상태다.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이 애플의 이같은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회계연도 1분기(10~12월) 매출 746억달러(약 80조4천억원), 순이익 180억달러(약 19조4천억원), 주당 순이익 3.0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0%, 순익은 38%나 늘었다. 순익률은 23%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휴대폰 부문(IM부문) 실적은 오는 29일 공개된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1조7천500억원)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2조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에선 또 다시 애플이 삼성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 1위도 '흔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아이폰은 지난 4분기에만 7천450만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6%가 증가한 것이며, 사상 최대 분기 판매량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3분기 이후 줄곧 판매량 면에서 삼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이폰6플러스로 대화면 시장에 뛰어들며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8천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그동안 3천만~4천만대 격차를 유지했지만 지난 4분기 약 500만대까지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는 것.
카날리스의 크리스 존스 수석연구원은 "삼성이 선두자리에 올라선 이후 지금처럼 애플이 삼성을 바짝 추격한 적은 없었다"며 "삼성전자가 수 많은 안드로이드 제품들 속에서 차별화를 이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중국 매출이 미국을 제칠 것으로 전망도 있었지만 미국이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이 20%를 차지한 중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70%나 급증했다. 미국에선 23%가 증가했다.
애플은 지난 2013년말 중국 1위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아이폰6플러스는 스마트폰의 50% 이상이 5인치 이상 대화면인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행사 때 중국어 통시통역까지 지원하며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팀 쿡 CEO는 "(회계연도) 1분기중 중국 매출은 지난 5년간 매출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며 "이 중국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성적이 성패 가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한 경쟁은 갤럭시S6가 투입되기 전인 1분기가 정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두 회사가 공들이고 있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국에서 성과가 관전포인트다.
애플은 2분기까지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달 애플 스토어 2곳을 세우고 연말까지 40개의 애플스토어를 구축하겠다며 중국 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갤럭시A, 갤럭시E, 삼성Z1 등 중저가 모델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 잇따라 출시해 점유율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통재고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판매량을 확대할 것”며 "중저가 시장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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