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자동차 연비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오는 2020년까지 리터당 24.3km를 맞춰야 한다.
당장 국산차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일찍부터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수입차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양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97g/km, 연비 기준을 24.3km/ℓ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환경부는 '차기(2016년~2020년)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안)'을 11일 행정예고했다.
이는 현행(2012년∼2015년) 온실가스 기준 140g/km와 연비 기준 17km/ℓ보다 한층 강화된 것.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평균 이상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허용치는 국내 측정 방식(복합모드)으로 환산했을 때 유럽은 91g/km(2021년), 일본은 100g/km(2020년), 미국은 113g/km(2020년)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70% 내외를 해외에 수출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은 국제적인 온실가스 규제 준수 의무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 제작사는 온실가스 또는 연비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준수해야 하며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과징금이 부과된다. 온실가스 기준은 환경부, 연비 기준은 산업부에서 각각 정하며 제작사의 이행실적 관리 등 제반사항은 환경부가 통합 관리한다.
온실가스·연비 관리 차종도 확대된다. 현행 관리 차종은 10인승 이하, 3.5톤 미만 승용·승합차이며, 차기기준에서는 15인승 이하의 승합차와 3.5톤 미만 화물차도 온실가스·연비 관리 대상에 추가된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191g/km, 연비 14.1km/ℓ 수준의 15인승 이하 승합차와 화물차 기준을 온실가스 166g/km, 연비 15.6km/ℓ로 각각 상향된다.
정부는 이번 제도 시행 첫 해인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2020년에 온실가스 기준 97g/km, 연비기준 24.3km/ℓ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이번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제도 시행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편익은 5년간(2016년~2020년) 총 59조원 규모로 예측했다.
아울러 친환경·저탄소차 기술개발을 통한 자동차 업계의 국제 경쟁력 확보도 촉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차기기준 세부 운영 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환경부-산업부-자동차업계 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 과장은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규제는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면서 "대기환경 개선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규제강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업계는 온실가스 저감과 연비 향상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020년까지 정부가 내놓은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큰 방향은 맞지만, 시장 현실을 감안할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상 외국 수입차의 연비 수준이 국내 메이커에 비해 높다"며 "국내 자동차에 차별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정부의 연비기준 강화에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시판중인 차량 중 연비가 20㎞/ℓ를 넘는 모델은 2인승 경차를 주로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의 스마트 포투의 모델(20.4㎞/ℓ~30.3㎞/ℓ), 푸조 208 1.4 e-Hdi(21.1km/ℓ), 하이브리드 모델인 도요타 프리우스(21.0km/ℓ), 혼다 CR-Z(20.6km/ℓ) 정도다.
폭스바겐 골프 1.6TDI는 연비 23.3km/ℓ로 웬만한 하이브리드카를 능가한다. BMW 525d 드라이브도 20.2km/ℓ로 20km대의 연비를 보여준다.
여기에 독일 수입차 브랜드들은 내년부터 리터당 24㎞ 이상을 주행하는 디젤모델을 국내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국산차업체가 내놓은 시판 모델 중 정부의 2020년 기준에 만족하는 모델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비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기술개발이 어느 때보다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특히 수입차보다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국산차업체의 경우 연비 제고 없이 안방 사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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