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정부의 자동차 연비 검증 기준이 강화된다.
24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를 검증할 때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5%) 내에 들어야 '적합'으로 판정하도록 연비 측정기준을 통일키로 했다.
그동안은 국토부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만 오차범위를 넘지 않으면 적합 판정을 받았다. 결국 복합연비만 검증해 오던 것을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개별적으로 측정해 검증기준을 대폭 강화한 셈이다.
이번 연비 검증 논란은 지난해 국토부가 승용차 연비까지 검증하고 나서며 불거졌다.지금까지 연비검증 업무는 승용차의 경우 산업부가, 화물차는 국토부가 맡아 처리해왔다.
국토부는 지난해 연비 과장 논란이 불거진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 등 2개 차종의 실제 연비가 표시 연비보다 오차허용 범위(5%)를 벗어났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반면 산업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이내로 나왔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국토부의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결국 두 부처가 재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실시된 재조사 결과 도심주행 연비는 오차허용 범위를 소폭 넘어선 것으로 나왔고, 고속도로주행 연비는 적합으로 나왔다.
산업부 측은 결과적으로 복합연비가 오차허용 범위 이내인 '적합'으로 판정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반면 국토부는 도심 주행연비와 고속도로 주행연비 가운데 하나라도 오차를 벗어나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부처간 이견에 따라 재조사 결과 발표는 계속 연기돼 왔다.
국무조정실은 국토부와 산업부의 각각 다른 연비 기준과 측정방법을 단일화한 공동고시안을 오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를 검증하는 업무는 국무조정실의 중재로 국토부만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비 조사를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만 담당할 지 아니면 산업부 산하 여러 기관까지 참여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 올해부터는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행저항값(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 저항과 도로 마찰을 수치화한 것)도 정부가 직접 검증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산업부가 주행저항값을 직접 검증하지 않고 제작사가 제출하는 수치만 반영해 연비를 측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한편 정부는 26일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에 대한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측정 결과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차량의 연비 과장에 대한 국토부와 산업부의 조사 결과가 각각 달랐지만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허용오차범위(5%) 안에 들어야 적합 판정을 받는 쪽으로 측정기준을 일원화키로 함에 따라 부적합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제작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이들 업체에 과징금을 대체할 자발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릴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가 미국에서 연비과장 논란이 일자 표시연비와 실제연비 차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유사한 방안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의 경우 연비 허위표시가 확정되면 싼타페DM 구매자 9만여명에게 약 1천억원 이상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의 싼타페 차량은 국내에서 8만9천500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정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보상안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앞서 실제연비가 표시연비보다 6% 낮다면 허용 오차범위(5%)를 초과한 1%만큼만 보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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