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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효과? 가전업계 너도나도 특허戰 '몸살'


청호나이스-코웨이 가세…밥솥·정수기·에어워셔 중소가전 '확전'

[민혜정기자] "이번엔 물전쟁이다." 정수기업체 1·2위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얼음정수기 특허 기술을 둘러싼 소송전에 돌입했다.

청호나이스가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선제 공격을 했다. 이에 코웨이도 이번 기회에 특허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소송에 적극 맞서겠다고 반격했다.

최근 가전 업계에선 이들 정수기 업체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특허전이 잇따르고 있다. 특허 소송으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 받을 뿐만 아니라,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하거나 뺏어올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애플과 삼성전자가 진행중인 세기의 특허 소송이 이들 업체에 일종의 학습효과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5일 청호나이스는 코웨이가 자사의 얼음정수기 기술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100억원 상당의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청호나이스는 코웨이가 지난 2012년 출시한 얼음정수기 '스스로 살균'이 증발기 1개로 얼음과 냉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수기에서 필터를 거쳐 정수된 물은 정수탱크에 저장된다. 정수탱크에서 나온 정수는 증발기를 거치면 온도가 떨어져 얼음은 얼음탱크에 냉수는 냉수탱크에 각각 저장된다.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얼음탱크와 냉수탱크에 저장돼 있던 얼음이나 냉수가 나온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출시했을 때 증발기 2개를 사용해 하나는 얼음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냉수를 만드는데 활용했다. 지난 2006년엔 기존 기술을 개량한 이과수 얼음 정수기를 출시하면서 증발기 1개를 사용해 얼음과 냉수에 동시에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제빙과정에서 얻은 얼음은 얼음탱크에, 냉수는 냉수탱크에 담는 것. 이는 정수기 부피를 줄이고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코웨이 측이 증발기 하나를 사용하는 얼음정수기 '스스로 살균'을 출시하면서 우리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특허침해 제품에 대한 판매액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약 6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추정손해액의 일부로 100억원을 청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코웨이 측은 청호나이스의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얼음을 얼리는 제빙기술을 일반적인 기술이며, 청호나이스에서 주장하는 특허는 설계 당시 인지하고 있었다"며 "당사 시스템은 청호가 주장하는 것처럼 얼음, 냉수를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닌 얼음과 냉수 생성이 분리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호에서 소송을 제기한만큼 이번 기회에 차별성을 입증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청호 나이스가 기술력을 보호받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가열되고 있는 얼음 정수기 시장에서 '원조'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정수기 시장은 코웨이가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청호나이스가 10%대 점유율로 2위다. 청호나이스가 점유율을 늘리긴 위해선 매출원이 분명한 제품군이 필요하다.

◆특허전, 권리에 대한 보호 vs 마케팅 수단

청호나이스와 코웨이 외에도 최근 라이벌 가전 업체간 특허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가전 업체 등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고, 갈등의 중심이 되는 제품군도 밥솥, 정수기, 에어워셔 등 전방위로 다양해지고 있는 게 특징.

실제로 밥솥계 양강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역시 소송을 진행중이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6월 리홈쿠첸을 상대로 밥솥 특허권 침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리홈쿠첸은 업계에 알려진 기술과 일본 특허기술을 접목해 해당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쿠쿠전자의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리홈쿠첸이 쿠쿠전자를 상대로 낸 '전기압력보온밥솥의 증기배출장치' 특허무효심판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분리형 커버 안정장치' 무효심판 건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쿠쿠전자가 제기한 특허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위니아만도 역시 지난해 3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위닉스가 자사의 에어워셔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위닉스도 이에 맞서 지난 6월 해당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심판원에 특허 무효 심판으로 맞불을 놨다.

현재 6건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나온 가운데 4건은 위니아만도가 2건은 위닉스가 승소한 상태다. 양사 모두 1심 결과를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소송은 장기전 양상을 띨 조짐이다.

이밖에도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7월 동양매직이 자사의 렌탈시스템을 베껴 불법적으로 시장을 침탈, 6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이어 8월에는 CJ오쇼핑을 상대로 동양매직 안마의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이후 바디프랜드는 손해배상소송도 취하했다.

업계는 중소 가전업체들이 삼성과 애플간 소송을 지켜보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치열한 경쟁 체제에서 '시장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도 삼성과 애플간 소송을 지켜보며 기술이나 디자인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일부 업체는 '시장을 선도한다', '경쟁사와 차별성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소송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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