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2년째. 통신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지만, 규제당국은 '단통법' 통과에 기댄 채 시장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4인가구 전체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시대가 되면서 가계통신비는 치솟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창간기획] 2014, 통신시장 혁신을 위한 5가지 조건'을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통신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지난 19일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임원진들이 미래창조과학부를 찾았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서다.
KMI가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서를 낸 것은 이번이 벌써 여섯번째다. 지난 다섯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과연 KMI의 여섯번째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관심이 가는 것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의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제4이동통신사업자가 추가되면 경쟁을 촉발, 통신요금 인하와 더 나은 서비스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실제로 4이통사업자의 꿈을 꾸는 KMI는 사업권을 신청하면서 사업자로 선정되면 통신요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사업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월 기본료 3만6천원에 모바일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고 음성통화도 1초당 1.4원을 과금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공종렬 KMI 대표는 "단순한 요금체계와 무제한 데이터 이용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편균 30% 가량의 통신비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4이동통신 필요성 커진 것은 ···
앞서 이명박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우리기술이 가미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기반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통신시장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개의 회사가 점유율 50%, 30%, 20%를 차지하며 변화없이 서비스를 함으로써 경쟁이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서로 다른 통신사지만 요금제를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도입한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도 3사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데이터 제공량이나 무료음성통화 제공량만 조금씩 다를 뿐 요금제는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시장에는 경쟁이 활성화하지 않는다. 불법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뺏어오는 경쟁만 불꽃이 튄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에 이어 '가계통신비'가 세번째로 높은 국가다. 스마트폰 대중화시대가 되면서 단말기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단말기 가격과 휴대폰 요금을 합쳐서 1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불합리한 통신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고착화한 이통3사 경쟁 구도에 네번째 경쟁자를 추가시켜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왜 허가가 안날까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한 제4이동통신 사업이라면서도, 그동안 왜 4사업자는 선정되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등이 수차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 문을 두드렸지만, 재무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권을 따지 못했다.
제4이동통신사업권을 획득하려면 사업계획서 심사를 통과해야하지만 아무도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심사는 기간통신 서비스 안정적 제공에 필요한 능력(40점)과 재정적 능력(25점), 기술적 능력(25점), 이용자보호 계획의 적정성(10점) 등을 심사한다.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각 항목에서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 이상을 받아야 하며 총점 기준으로는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KMI와 IST는 특히 재정적 능력 항목에서 매번 발목이 잡혔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 계열 주주가 없는 점이 이들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동통신사업은 초기에 조 단위의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가입자가 적어 적자를 감수하고, 이를 견뎌내야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자본금과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다가는 국민의 피해로 귀결하는 '정책실패'의 멍에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제 4사업자 선정심사에서 재정적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도 "대기업 계열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리스크 부담을 아예 떠안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런 식이면 4이통은 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MI의 여섯번째 도전, 성공 가능성은?
지난 3월19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여섯번째의 사업권 도전장을 던졌다. 정부가 와이브로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있다. 재정적 안정성만 확보한다면 그 어느때보다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KMI가 LTE-TDD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LTE-TDD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가 된다. LTE-TDD는 중국 등 해외 국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나 장비업체들이 KMI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KMI는 이미 장비조달 및 기술지원을 위해 삼성전자와 에릭슨LG,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 화웨이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한 국내 50여 중소기술기업과도 LTE-TDD 사업전개에 필요한 전분야에 걸친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KMI의 초기 자본금은 8천530억원으로 사업 허가를 받으면 추가로 470억원의 현물출자를 받아 자본금 9천억원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MI 측은 보다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KTB투자증권, NH투자증권과도 자본유치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공종렬 KMI 대표는 "대기업이 없다고 해서 재무안정성이 의심받는 것이 문제"라며 "은행권의 자본유치와 제휴로 재무안정성이 확보된 만큼, 투자자에 대기업이 없다는 정부의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4사업자 라야만 ···
통신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4이동통신사업자는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파격적인 요금제를 제시해 시장을 흔드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수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기간통신사업에 부실한 사업계획과 재정능력을 보유한 사업자를 허가했다가는 막대한 행정력의 낭비와 국민적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KMI 등이 정부의 사업계획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통신사의 통신회선을 도매로 구입해 소매로 싸게 파는 이른바 '알뜰폰(MVNO)'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굳이 4이통사업자를 도입하는 모험을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뜰폰이 음성통화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정도의 틈새시장용 사업으로 분류되는데 비해 4이통사업은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전면적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과연, 2014년 제 4이통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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