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디젤세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의 대항마로 떠오른 한국GM의 '말리부 디젤'이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보름여 만에 1년치 목표량을 모두 팔아치우는 판매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출시된 말리부 디젤은 3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한국GM은 정확한 계약대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19일 기준 대략 3천~4천대가량에 육박하는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말리부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1만1천294대가 판매됐다. 말리부 디젤의 사전계약 대수는 이미 작년 판매량의 30%를 넘는 수준이다.
말리부 디젤은 국산 중형 세단 가운데 유일한 디젤 모델이다. 제너럴모터스(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Opel) 카이저슬라우테른 파워트레인 공장에서 생산한 2.0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워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포함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아이신(AISIN)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가솔린 세단에 버금가는 정숙성과 높은 성능, 뛰어난 효율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말리부 디젤의 시승은 강원도 홍천에서 한계령을 거쳐 강릉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13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비롯해 한계령 오르막을 넘는 다양한 형태의 코스가 마련됐다. 시승차는 LT 디럭스 트림이었다.
주중 오전에 시승이 이뤄진 관계로 한산한 국도에 들어서자 마자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며 급가속을 시도했다. 초반 가속력은 다소 더딘 편이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고속영역까지 빠르게 치고 나간다. 시속 100km가 넘자 200km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정도로 가속성능이 만족스러웠다.
탄탄한 하체도 인상적이다. 고속으로 질주할수록 차체가 낮게 깔렸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출렁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과속 방지 구간을 앞두고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지만 감속 충격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고속에서의 안정된 핸들링도 돋보였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도 잘 잡았다. 마치 가솔린 세단을 주행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저속과 고속 구간 모두에서 실내가 정숙했다.
한계령 고개에 접어들어서도 디젤엔진의 강력한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저속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언덕을 치고 올라갔다.
다만 고속에서는 안정성을 주던 묵직한 스티어링 휠이 코너링에서는 다소 불안한 조작감을 준다.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는 차체가 좌우로 쏠려 속도를 줄여야 했다.
홍천 팜파스 휴게소에서 한계령 정상까지 오르는 구간의 평균 연비는 1리터당 13.1km를 나타냈다. 한계령 정상을 지나 강릉 시내까지의 내리막 구간에서는 18.5km의 연비가 나왔다.
말리부 디젤의 복합연비는 13.3㎞/ℓ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가격 경쟁력 역시 말리부 디젤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이다. 말리부 디젤의 판매가격은 LS 디럭스 2천703만원, LT 디럭스 2천920만원이다. 경쟁모델로 지목한 폭스바겐 파사트 2.0TDI(4천140만원)보다 1천만원 이상 저렴하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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