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을(乙)의 눈물'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네이버 등 이른바 인터넷 공룡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법적 옳고 그름을 떠나 거대 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논란은 한동안 사회적 이슈로 자리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네이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외 소통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네이버의 '골목상권 철수'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논란이었던 서비스는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네이버는 상생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당국의 제도정비는 어떻게 정리됐는지를 되짚는다. 이를 통해 포털과 중견 중소 기업간 상생을 위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주]
[정은미기자] 지난 2013년 9월, 네이버는 부동산의 매물광고비를 50% 인하했다. 맛집 검색·추천서비스 '윙스푼'과 요리 레시피 서비스인 '네이버키친'은 같은 해 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는 올해 3월 말까지 총 6개의 서비스 카테고리를 줄줄이 중단한다. 요리나 교통안내, 쿠폰서비스, 패션 SNS 등의 코너가 사라진다.
이 같은 조치는 네이버가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벌어지고 여당은 네이버에 족쇄를 채우는 이른바 '네이버 법'까지 들고 나왔다.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범 이슈는 법적 판단 여부를 떠나 네이버의 책임 통감 사과와 사업 철수로 매듭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7월 네이버의 '골목상권 철수 선언' 이후 8개월. 네이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골목상권 침범 논란 부동산부터 문닫아
지난해 네이버의 불공정 논란을 촉발한 것은 부동산 영역이었다. 지난 2009년 부동산 정보업에 진출한 네이버는 얼마 되지 않아 부동산업계의 절대강자가 됐다. 국내 검색시장의 70%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는 '절대검색'을 앞세워 부동산 정보에서만 지난 2012년 약 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114 이구범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9년 138억원이던 연매출이 2012년에는 88억 원까지 떨어졌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결국 네이버는 부동산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범의 주범으로 몰리자, 지난해 8월 철수를 결정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매물광고 상품 가격 50% 인하, 프리미엄 회원 서비스 중단 등을 추가로 발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매물광고비 50% 인하는 수익차이를 떠나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며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만큼, 직접 서비스하는 것보다 중소 벤처 기업과의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맛집 검색·추천 서비스 '윙스푼' 역시 지난해 말 서비스를 끝냈다. 네이버 윙스푼은 지난 2010년 시작된 서비스로, 지역별 맛집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주 5일 근무와 모바일서비스의 활성화로 맛집 검색이 네이버의 핵심서비스 중 하나로 자리하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던 중소 벤처기업들은 설 자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 1997년부터 맛집을 소개하던 '메뉴판닷컴'의 경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해 60억원대 매출과 7억~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네이버가 윙스푼 서비스를 시작하고부터는 2010년 매출이 30억원대로 줄었고, 2011년엔 6억원 손실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윙스푼' 서비스 철수는 벤처나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도 "서비스 중단을 아쉬워 하던 이용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상헌 대표가 "중소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관련 영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네이버는 벤처기업과 업종 중복 논란을 빚었던 ▲여행정보 서비스 '윙버스'(2014년 3월) ▲요리 레시피 서비스 '네이버키친'(2013년 연말) ▲쿠폰 서비스 '네이버쿠폰'(무료서비스 2013년 연말, 쿠폰서비스 2014년 3월) ▲패션 SNS '워너비'(2013년 연말) ▲알람서비스 앱 '네이버굿모닝'(2013년 연말) 등의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네이버가 철수한 서비스는 부동산을 포함 7개로 총 매출은 대략 1천500억원 안팎이지만, 네이버는 이들 서비스를 계속함으로써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한 셈이다.
당초 중단하려 했지만, 중단하지 않은 서비스도 있다. 메모 앱이나 웹소설 등 제휴업체와 사업 논의가 필요하거나, 1인 사업체로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는 중단하는 것보다 협력해 더 나은 서비스를 발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벤처기업 '스타일쉐어'의 서비스와 비슷해 논란이 됐던 워너비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스타일쉐어와 패션콘텐츠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스타일쉐어는 자사의 홈페이지 외에 네이버의 플랫폼에도 자사의 패션 콘텐츠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웹소설·맛집·여행정보·요리레시피 분야는 문호를 개방했다. 좋은 콘텐츠이지만 상업적으로 수익을 크게 내기 어려운 서비스는 제작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 웹소설의 경우 벌써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연재 석 달 만에 400만뷰를 기록한 소설 '광해의 연인'은 신인작가의 로맨스 소설임에도 불구, 장르소설 전체 유료 판매에서 3위, 웹소설 유료 콘텐츠 판매 1위의 기록을 세워 종이책으로도 출간됐다.
매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금주의 추천 앱' 코너도 지난 1월부터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신설했다. 전문가들로 꾸려진 금주의 앱 추천단이 한달간 심사를 거쳐 앱을 선정하고, 선정된 앱은 평일에는 PC메인 페이지, 주말에는 모바일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는 형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지만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적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의 우수 콘텐츠가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는 만큼 스타트업 기업들에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색독점, 광고구분으로 정리
네이버가 골목상권 침범으로 몰린 것에는 검색파워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검색에서 상단에 나온다면 성공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최상단 자리를 위해 6개월에 1천만 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가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서비스를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시켜 공정한 경쟁을 막았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사의 서비스를 우선시 할 수 있느냐' 하는 이른바 검색의 중립성 문제와 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의 검색중립성 위반에 대해 유연한 판단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포털이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검색 결과에 대한 객관성(검색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특히 검색결과에서 정보와 광고를 확실히 구분하지 않고 보여주거나 경쟁사 서비스 및 제품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네이버는 광고 역역에 영어 약자인 'AD'로 표시하며, 광고와 검색을 구분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이 광고인지 자연검색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토론회에 나선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초동 꽃집'으로 검색하면 네이버는 초기 10개 결과가 모두 키워드광고이며 광고라는 것을 알리는 표기도 매우 작은 글씨로 돼 있어 인터넷 사용자들의 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검색중립성 문제는 당국이 검색중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검색원칙 공개 ▲외부 사업자 차별 금지 ▲검색결과에서 광고와 일반 콘텐츠의 구분 ▲자사서비스 구분 ▲원본 콘텐츠 우대 ▲민원처리 ▲인터넷 생태계와 상생안 제시 ▲정책 자문기구 구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현재는 네이버 검색창에 '정자동 파크뷰'를 치면 '부동산'만 뜨고 다른 사업자의 정보를 알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명칭이 '네이버 부동산'으로 바뀌고 다른 사이트 링크가 우측에 게시된다. 키워드 광고도 광고영역에 '…관련된 광고'라는 문구를 표시하고, 광고영역도 음영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용자 혼돈을 줄였다.
◆주변 돌아볼 계기, 실행력 보여줘야
업계 관계자는 "옳든 그르든 골목상권 침범 논란은 벤처 성공신화로 불리는 네이버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네이버가 이후 제시한 상생의 방안은 여론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스스로의 신발 끈을 조여 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29일 김상헌 대표가 상생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한 번 더 주변과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걸 볼 시기가 된 것 같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네이버는 '상생·공정·글로벌'을 키워드로 한 상생방안 발표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2천억 원의 상생자금 출연 계획을 쏟아냈다.
네이버 측은 우선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설립하고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지난 1월 설립 준비를 마치고,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의 재단설립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벤처창업 지원에 총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지원에 5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도 있다.
여기에 공정위 동의의결에 따라 올해 200억원의 별도 기금을 출연, 공익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이 법인의 점검 아래 중소사업자 및 이용자 후생 제고와 상생 지원에 3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같은 '상생의 제스처'에 대해 실행력이 뒤따를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은 편이다. 장밋빛 상생방안이라고 해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 네이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넷 산업 발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포털사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불공정행위 소지를 없애고, 중소상공인과 지속적 상생이 가능한 협력의 장을 마련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정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은 "네이버가 검색을 중심을 두고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실행의 효과가 벤처 생태계에 확산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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