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외국인 지분이 50%에 달하는 삼성전자도 외국계 기업이냐."
개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으로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쌍용정보통신과 대우정보시스템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오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진영의 논리에 따라 '외국계 기업'으로 둔갑했다. 쌍용정보통신이나 대우정보시스템은 모두 외국기업이 국내에 설립한 법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지분을 투자한 국내 기업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촉발된 이들 기업의 외국계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본계 쌍용양회의 자회사인 쌍용정보통신과 홍콩계 글로리 초이스차이나의 자회사인 대우정보시스템이 대기업이 없는 틈을 타 공공 사업을 독차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업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쌍용정보통신과 대우정보시스템은 "외국인 지분투자 기업도 외국계 기업으로 판단하는 논리라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국내의 수많은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역시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쌍용정보통신 "국내 최초의 토종 IT서비스 기업"
쌍용정보통신은 64.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의 자회사다. 모회사인 쌍용양회는 지난 IMF 당시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업체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의 주식 32.37%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 한국산업은행 13.81%, 신한은행 12.48%, 서울보증보험 10.54%, 한앤컴퍼니 10.0%, 우리사주 0.64% 등 태평양시멘트의 지분을 제외한 67.63%의 지분이 국내 자본인 것이다.
실제로 쌍용정보통신은 우리나라 IT서비스 산업의 1세대 기업이다. 지난 1981년 우신정보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쌍용정보통신은 1982년 총무처 종합행정정보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KT 고속인터넷망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던 업체다. 2000년에 국내 IT서비스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악화에 따른 투자 위축과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으로 쌍용정보통신은 위기를 맞았으며 쌍용그룹 와해 이후 입지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쌍용정보통신 측은 "대한민국 최초의 IT서비스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룹의 지원없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외사업 수주만으로 성장해 왔다"면서 "외국계 기업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허점 탓에 수혜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흔들기 위한 반대론자들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정보시스템 "AT커니코리아는 순수 국내 기업"
대우정보시스템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지난 1989년 대우그룹 계열사의 전산실을 통합해 설립된 '토종' IT서비스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AT커니코리아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외국계 기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대우그룹 와해 이후 지난 2007년 홍콩계 투자회사인 글로리초이스차이나와 벤처캐피탈 회사인 KMC 인터내셔날에 경영권을 넘겼다. 당시만 해도 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우정보시스템은 2007년 이후에도 공공 정보화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문제는 지난 2012년 AT커니코리아가 KMC 인터내셔날이 보유하던 대우정보시스템의 지분 27%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AT커니코리아의 지분 인수 이후에도 여전히 글로리초이스차이나가 34.2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AT커니코리아가 사실상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AT커니는 전세계 35개국에 60여개의 지사를 운영하며 3천여명의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이다. 따라서 AT커니의 국내 지사인 AT커니코리아가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사들인 것은 국내 공공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투자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AT커니코리아는 AT커니가 다른 나라에 만든 지사들과 성격이 다르다는게 대우정보시스템 측 설명이다.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AT커니 코리아는 글로벌 AT커니의 브랜드와 노하우, 운영체계를 따르고 있지만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독립 법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AT커니 글로벌 홈페이지와 AT커니코리아 홈페이지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우정보시스템 측은 "AT커니코리아가 글로벌 AT커니의 지분 및 지배 구조 하에 운영되는 한국지사라고 잘못 알려지면서 대우정보시스템의 외국계 논란이 불거졌다"면서 "대우정보시스템은 지난 25년간 대한민국 IT서비스 산업과 공공기관 IT정보화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는 국내 회사"라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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