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PC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전자업체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완제품 분야의 핵심 사업이 모바일로 이동하며 PC사업이 가지고 있기엔 부담스럽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PC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니는 물론 국내 삼성전자, LG전자 등 PC업체들이 사업규모 축소나 매각, 제품 전략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니는 지난 2일 레노버와 PC사업과 관련 합작사 설립설이 불거진 경우. 소니는 이에 대해 공식 부인했으나 PC사업에 관한 다각적인 재편 방안을 검토중이다.
소니 측은 "PC 사업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레노버와 제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소니가 레노버와의 제휴설을 일축 했지만 관련 사업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
레노버가 아니라도 다른 업체와 제휴 또는 매각, 사업부 통합 등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 셈이다. 그만큼 PC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달 소니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junk) 수준인 'B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Ba1'은 투자적격 등급보다 한 계단 아래다. 이번 조정의 이유는 소니의 TV와 PC 사업부문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소니의 PC사업을 담당하는 '바이오(VAIO)' 사업부의 프리미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소니는 TV는 물론 PC에서도 화려한 디자인과 높은 사양의 제품에 주력해 왔다.
◆PC 사업, 몸집줄이기 가속화
소니의 문제는 PC사업부를 가진 업체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고민이다. PC 수요가 날로 위축되면서 사업 존폐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실제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니, 레노버, 애플, HP, 도시바 등 상위 9개 업체의 PC출하량은 2012년 1억6천800만대, 지난해 1억4천800만대로 집계됐고 올해도 1억3천400만대로 전망돼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PC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조직을 재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PC사업을 맡던 IT솔루션사업부를 무선사업부로 통합시켰다. LG전자도 지난 2011년 PC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를 IT사업부(현 IT사업담당)으로 합쳤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일부 PC 사업의 철수나 재편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때 내부에서도 데스크톱PC 사업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삼성전자가 5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공공 데스크톱PC가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 공공기관에 데스크톱PC를 공급할 수 없게 된 것도 한 요인으로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PC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목표 출하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600만대, 판매 제품군을 60여종으로 전년대비 3분의1 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스크톱PC나 ODM 중단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데스크톱이나 ODM 방식의)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삼성의 전략은 프리미엄인데 데스크톱PC는 올인원 PC로 대체되고, 중국에서 ODM 방식으로 생산하던 PC는 저가형 모델이어서 (생산 감소는)자연스런 수순"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전자도 PC사업 부진에 따른 관련 사업 매각설을 부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PC사업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며 지난해처럼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올초 선보인 울트라북 '그램', 컨버터블PC '탭북' 등이 올해 전략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밀리고-태블릿에 치이고
그러나 전통의 PC 시장은 이들 업체의 전략 변화와 같이 컨버터블이나 태블릿PC, 고사양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PC업계 관계자는 "PC는 모니터, 전기회로, 메모리 등 부품을 흡수하는 완제품으로서 핵심 사업이었다"며 "최근엔 이같은 PC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 PC가 호황기였던 시절엔 M&A가 치열한 경쟁속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영토전쟁의 일환이었다"며 "2009년 이후엔 PC업계의 M&A는 생존을 위한 방편이지만, 인수 업체 입장에서 PC는 영업망 확보 외엔 큰 장점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태블릿PC까지 등장하며 PC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태블릿은 갈수록 화면의 크기가 커지며 노트북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화면 크기가 큰 태블릿이 문서작업 같은 노트북의 용도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나 기업에서 PC대신 태블릿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CES에서 여태껏 선보인 태블릿 중 가장 큰 12인치대 제품을 전시했고, 애플도 올해 12인치대 태블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앞으로 전자업체들은 태블릿PC에 힘을 실으면서 기존 PC사업은 축소를 거쳐 재편 등 '철수'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태블릿PC와 함께 올해 PC 시장에서는 고사양 노트북과 컨버터블 PC 등 프리미엄 PC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나 제조 경쟁력 때문에 당분간 PC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성에 따라 PC사업이 축소,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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