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세계 PC시장이 또 다시 휘청거렸다. 경기 침체와 태블릿 강풍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출하량이 사상 최대 감소하는 홍역을 겪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와 IDC가 9일(현지 시간) 2013년 4분기 PC시장 동향 보고서를 동시에 발표했다. 두 시장 조사기관들은 4분기 세계 PC 시장이 6% 내외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따로 있다. 지난 해 전체 출하량은 10% 가량 감소한 것. 특히 가트너는 세계 PC 시장이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했다.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가트너가 집계한 4분기 PC 출하량은 8천260만 대. 전년 같은 기간 8천870만대에 비해 6.9% 감소한 수치다. 연말 쇼핑 시즌 주력 품목이 PC에서 태블릿으로 바뀐 때문이다.
지난 해 전체 출하량은 3억1천590만대로 집계됐다. 전년인 2012년에 비해 무려 10%나 감소하면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세계 PC 시장 출하량은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가트너가 설명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인텔 울트라북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노트북PC들이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 해 4분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가트너가 분석했다.
IDC 보고서도 가트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8천200만 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세계 PC 시장은 지난 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고 IDC가 지적했다. 당초 예상치인 6% 감소세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란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2013년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IDC에 따르면 지난 해 PC 출하량은 3억1천450만대로 전년 출하량 3억4천930만대에 비해 무려 10%나 감소했다.
◆스마트폰-태블릿 쌍끌이 공세에 휘청
이처럼 PC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때문이다.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트너는 “연말 쇼핑 시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 제품은 태블릿이었다”면서 “반면 PC에 대한 관심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기기들의 공세 역시 PC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는 미국 같은 선진국 시장 뿐 아니라 신흥 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가트너는 “신흥 시장에서는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를 첫 구매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찾고 있으며, 컴퓨팅 기기를 살 때는 태블릿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PC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IDC와 가트너 모두 지난 해가 PC 경기 침체의 바닥일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부터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가트너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리드 노트북PC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 역시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성장률이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노버, 막강 파워 과시하며 1위 등극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인 레노버가 강세를 보이면서 연간 출하량 부분에서 사상 처음으로 HP를 제쳤다.
IDC는 레노버가 지난해 PC 출하량 5천377만대로 시장 점유율 1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5천217만대(점유율 16.6%)에 그쳐 2위로 내려 앉았다.
가트너 역시 레노버가 5천327만대(16.9%)로 5천218만대(14.9%)에 그친 HP를 제친 것으로 집계했다.
레노버는 가트너 집계에선 2012년 3분기에 HP를 제치고 분기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간 출하량 면에서 HP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DC 집계에선 HP의 강세가 좀 더 오래 계속됐다. 가트너와 달리 IDC는 HP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워크스테이션까지 PC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에도 불구하고 HP는 IDC 조사에서도 연간 출하량 1위 자리를 레노버에 내줬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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