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구글이 지난 2011년 125억 달러에 인수했던 모토로라를 중국 업체 레노버에 팔았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29일(현지 시간) 모토로라를 29억 1천만 달러에 레노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9억1천만 달러는 2011년 당시 인수 가격 125억 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언뜻 보기엔 엄청나게 헐값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구글은 3년 사이에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은 다 확보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모토로라의 방대한 특허를 비롯해 연구개발(R&D) 등 꼭 필요한 부분을 빼고 넘겼기 때문이다. 최근 IBM 서버 사업을 매입한 레노버 역시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문까지 손에 넣으면서 하드웨어 강자를 꿈꿀 수 있게 됐다.
◆3년 사이에 모토로라 핵심 노하우 흡수한 듯
지난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깜짝 인수할 당시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노린 것은 ‘특허’와 ‘R&D 부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3년 여 만에 구글은 당시 분석대로 움직였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직후 셋톱밧스 부문을 바로 매각했다. 당시 구글이 받은 금액은 23억5천만 달러. 따라서 구글의 모토로라 매입 가격과 매각 가격 차이는 약 70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은 모토로라를 넘기면서 70억 달러 가치는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구글은 모토로라의 방대한 특허권은 그대로 보유했다. 구글이 확보한 모토로라 특허권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호하는 핵심 무기로 꼽힌다.
구글은 또 모토로라의 연구개발(R&D) 부문은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가 마무리되던 무렵인 지난 2012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책임자였던 레지나 더간을 전격 영입한 뒤 R&D 부문장을 맡겼다.
구글 R&D 부문은 최근 전자 부적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앞장섰다.
IT전문 매체 리코드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매각한 뒤 더간이 이끄는 R&D 부문은 안드로이드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은 지난 3년 여 동안 모토로라의 제조 능력을 활용해 모토G, 모토X를 비롯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또 ‘조립형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최근엔 50달러 짜리 스마트폰 제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는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끌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모토로라의 핵심 특허권과 R&D 노하우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사실상 필요한 부분은 다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드로이드 동맹군 '의심어린 시선'도 덜어내
이번 매각으로 구글은 안드로이드 동맹에 참여한 업체들의 의구심 어린 시선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안드로이드 업체들 사이에선 구글이 궁극적으로 자회사인 모토로라 쪽에 힘을 몰아주는 것 아니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이런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최근 IBM 서버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강자로 도약하고 있는 레노버를 안드로이드 핵심 동맹군으로 끌어들인 점 역시 성과로 꼽힌다.
구글의 모토로라 매각 시점 발표도 관심을 끈다.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 동맹군 리더격인 삼성전자와 대규모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특허권을 공유하기로 한 것.
이와 관련해선 IT 매체 리코드의 보도가 눈에 띈다. 리코드는 삼성과 구글이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후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에도 좀 더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구글은 모토로라 단말기 사업 부문 매각을 통해 안드로이드 동맹군을 좀 더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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