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아 옛날이여.'
PC와 카메라 업계는 올 한해 스마트폰의 공세 속에 악전고투했다.
PC업체들은 '배수의 진'을 쳤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 기기에 힘을 싣기도 하고, PC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카메라 업계도 생사의 기로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풀프레임을 장착한 미러리스 카메라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카메라는 이같은 고민의 흔적이다.
◆PC업계, 뼈를 깎는 구조조정
IDC에 따르면 2012년에 전 세계 PC판매량은 3억5천40만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보다 더 하락한 3억4천580만대로 전망되고 있다. 2017년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9%에 그쳐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에이서, 델, HP는 인사와 구조조정을 통해 부활에 힘쓰고 있다.
에이서는 24일 최고경영자(CEO)로 인텔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제이슨 첸을 임명했다.
에이서는 최근 두 달 동안 수장 2명이 퇴진했다. 지난 11월 왕전탕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 이어, 후임 최고경영자로 지목된 웡젠런 사장마저 사직했다. 결국 회사 창립자 스전잉 회장이 회장으로 복귀했고, 이번에 첸 사장이 CEO로 임명됐다.
에이서는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내년 연말까지 직원의 7%를 감원할 계획이다.
델은 지난 10월 25년만에 상장회사에서 마이클 델 회장 개인회사로 전환됐다. 델은 PC 시장이 위축되자 IT 솔루션을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기 위해 상장 폐지했다.
HP는 전 세계 직원의 8%에 해당하는 약 2만7천 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 인원 감축 뿐 아니라 공급망 최적화와 비지니스 프로세스 합리화 등의 작업을 통해 연간 30억~3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PC업체들은 올 한해 꾸준히 스마트 기기 시장도 공략했다. 태블릿PC와 PC 기능이 합쳐진 컨버터블PC 같은 기기로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레노버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IDC가 발표한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현황에서 레노버는 삼성전자(17%)에 이어 점유율 2위(11%)를 기록했다. 레노버는 스마트폰 사업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레노버는 올해 3분기 제조사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4.3%로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삼성전자(35.2%), 2위는 애플(13.4%) 3위는 화웨이(5.1%), 4위는 LG전자(4.3%)였다. PC에 주력했던 업체 중 순위권 안에 든 회사는 레노버 뿐이다.
에이서도 '리쿼드 E1'같은 보급형 모델로 꾸준히 스마트폰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에이수스도 올해 약 100만대였던 스마트폰 출하량을 내년에 5배 늘릴 계획이다.
◆뜨거운 미러리스 시장
카메라 업계도 올 한해 그늘이 짙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공업회(CIP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카메라 출하량은 8천만대로 전년보다 약 1천만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카메라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는 약 61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28.9%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150만대를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메라 업체들은 스마트폰이 대체할 수 있는 '똑딱이' 콤팩트카메라보다는, 콤팩트카메라와 DSLR의 장점을 결합한 미러리스 카메라에 중점을 뒀다. DSLR은 무겁고 콤팩트카메라는 스마트폰과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로 한 것.
소니는 지난 10월 풀프레임을 장착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A7·A7R'을 공개했다.
풀프레임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필름과 같은 35.8x23.9mm인 제품을 말한다. 빛을 받는 센서 크기가 커 화질, 심도 등이 뛰어나다. 그러나 풀프레임 센서가 크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 LTE를 지원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NX'를 선보였다.
캐논은 메모리와 배터리를 장착해도 약 400g밖에 나가지 않는 DSLR 'EOS 100D'를 출시했다. 이는 미러리스 이용자층을 공략한 제품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콤팩트카메라 시장이 추락하면서 렌즈교환식(DSLR·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가열됐다"며 "DSLR 강자와 콤팩트카메라 강자들이 미러리스 사용자 층을 공략하면서 휴대성 강한 DSLR, DSLR에 버금가는 미러리스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