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은 수입차의 약진이 돋보였다. 올해도 내수시장을 놓고 수입차의 공세와 국산차의 수성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이를 겨냥한 신차 경쟁이 달아오르는 형국.
수입차는 3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차 출시를 앞세워 지난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 역시 올해는 수입차에 잠식당했던 내수시장 점유율 탈환 등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어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 4~5월께 중형세단의 '국민차'로 불리는 쏘나타의 신형 모델인 'LF 쏘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09년 YF 쏘나타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 변경)된 LF 쏘나타는 신형 제네시스부터 적용했던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디자인이 적용되고 헥사고날 형태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디젤 모델을 추가해 디젤차를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수입차의 공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자동차는 올 상반기에 '신형 카니발'을, 하반기에는 '신형 쏘렌토' 출시로 국내 레저용차량(RV)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기아차, 신형 쏘나타·카니발 등 출격…왕좌 되찾나
지난 2006년 출시된 2세대 카니발에 이어 8년 만에 출시될 3세대 신형 카니발은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고 내·외관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변경된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도입한 이른바 '슈라이어 그릴' 패밀리룩을 계승하면서 직선을 활용한 단순한 디자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 시장을 겨냥해 승차감 강화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초첨을 맞춰 개발된다.
하반기에는 2008년 쏘렌토R 이후 6년 만에 풀체인지된 3세대 신형 쏘렌토를 선보인다. 신형 쏘렌토는 지난해 시카고 오토쇼에 선보였던 크로스오버 GT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신형 쏘렌토 역시 이전 모델보다 커진 차제에 '슈라이어 그릴'을 적용한 패밀리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와 올해 출시 예정인 신형 쏘나타, 신형 카니발, 신형 쏘렌토 등 신차를 중심으로 내수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기아차는 올 상반기 순수 전기차 '쏘울EV'를 국내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쏘울EV는 지난 2011년 선보인 '레이EV'에 이은 기아차의 두 번째 전기차다. 완전충전시 국내 전기차 중 최장 거리인 약 218km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시속은 145km로 알려졌다. 제로백은 12초 이내다.
완전충전에는 일반충전(240V)을 할 경우 5시간이, 급속충전(100kW)을 하면 25분 정도가 걸린다. 배터리를 차바닥에 평평하게 깔아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기아차는 국내 대리점과 AS센터에 급속충전 시설을 마련,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신차 대신 기존 모델의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오는 2~3월께 쉐보레 라인업에서 중형세단 말리부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트랙스의 디젤 모델을 출시해 수입 디젤차 공세에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의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SM3·5·7 등 세단 라인업과 QM5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올해 내년 출시 예정인 소형 SUV 'X100' 개발을 마무리하고 출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X100 출시 전까지는 코란도C 등 코란도패밀리와 렉스턴W 등 지난해 상승세를 주도한 SUV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진격의 수입차…연초부터 신차 출시로 공세 강화
지난해 50여종에 달하는 신차 물량 공세로 내수시장에서 20%가량 신장한 수입차업계는 올해도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지난해 성장세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지난 6일 새해 첫 신차를 내놓는 아우디를 필두로 3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대형차 시장에 주력해 왔던 아우디는 'A3'의 세단 모델을 선보이고 국내 소형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2.0 T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주행성능을 갖췄으며 가격도 3천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3 세단은 지금까지 수입된 독일 소형차들이 해치백 일색이었던 것과 달리 보닛·보디·트렁크가 모두 있는 세단형이다.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매력있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닛산은 오는 7일 '가족 전용 제트기'를 콘셉트로 한 7인승 SUV '패스파인더'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지난 1986년부터 판매된 패스파인더는 4세대 모델까지 미국에서만 130만대가 판매된 차량이다.
국내시장에 출시되는 모델은 3.5리터 VQ엔진과 CVT 무단변속기를 조합,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33.2kg.m의 주행성능을 갖췄으며 복합연비는 8.9km/ℓ다. 판매가격은 5천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부터 캠핑 열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SUV시장에서 판매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BMW의 경우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수입차 1위 자리를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 1분기 내 소형쿠페 '2시리즈'를 필두로 연내 4시리즈 쿠페·컨버터블, 스포츠유틸리티쿠페(SAC) 'X4' 등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5월에는 전기차 'i3'를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i8'를 선보이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달 내 소형 4도어 쿠페인 'CLA클래스'를 선보인다. A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CLA클래스는 1.6ℓ·2.0ℓ 가솔린 엔진과 2.0ℓ·2.2ℓ 디젤 엔진으로 라인업이 구성된다. 국내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소형 SUV 'GLA클래스'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크라이슬러는 중형세단 '200C'와 미니밴 '그랜드보이저'를 출시하고, 푸조와 시트로엥은 각각 소형 SUV '2008'과 다목적차량(MPV) '그랜드 C4 피카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수퍼차저' 모델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한 랜드로버도 상반기 중 국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재규어는 플래그십 세단 'XJ'의 고성능 모델인 'XJR'과 스포츠카 'F타입'의 쿠페 모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입차 vs 국산차…내수시장 향방은?
수입차 업체들이 새해 벽두부터 일제히 신차 출시로 물량 공세를 퍼붓고 나서는 데 반해 국산차 업체의 경우 현대·기아차 등 신차 출시 시기는 일러도 2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라인업 확대보다는 볼륨차종에 대한 부분 변경에 그칠 전망이어서 시장 수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현대차가 출시할 예정인 LF쏘나타와 기아차의 신형 카니발·신형 쏘렌토 등을 제외하면 주목을 끄는 신차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인하 효과는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0%의 고성장을 거둔 수입차 업체들이 연초부터 다양한 신차 출시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며 "반면 국산차는 눈에 띄는 신차 출시가 없어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의 주요 신차가 2분기 이후로 예정돼 있어 1분기에는 내수시장에서 국산차의 고전이 예상된다"며 "신형 쏘나타와 신형 카니발 등이 나오는 2분기께가 올해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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