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우울한 분기 실적을 받은 PC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26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HP·에이서는 2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거두자 경영진 교체, 안드로이드 기반의 단말기 확대 생산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델도 실적 발표로 지지부진했던 상장폐지 과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마감된 델의 2분기(5월~7월) 매출액은 전년대비 0.2% 상승해 145억1천만달러(한화 약 16조1천496억원)로 집계됐다. 순익은 전년대비 72%가 감소7억3천200만달러(주당 42센트)인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25센트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다.
매출액의 약 60%를 차지는 PC 사업 부문은 이번 분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데스크톱형 PC는 지난해보다 1% 늘었으나 노트북PC는 10%나 감소했다.
반면 서버 및 주변기기 등 사업부문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증가했다. 서비스 부문 매출은 2% 늘었다. 기업 솔루션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이 5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9%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이 상장폐지를 통해 PC중심에서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마이클 델 회장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델 회장은 주식을 매입해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델 회장의 제안가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와 델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경쟁으로 상장폐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폐지를 위한 주주 표결도 지난달 3차례나 연기됐다. 다음달 초에 최종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저조한 델의 실적이 상장을 폐지하고 델 회장에게 회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P는 같은기간(회계연도 3분기 5월~7월) 매출액이 전년대비 8%가 감소해 272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13억9천만달러, 주당 7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88억6천만달러, 주당 4.49달러의 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된 것.
그러나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이 주당 86센트에 그쳐 전년동기의 1달러는 물론,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87센트에 못미쳤다.
HP의 분야별 매출을 살펴보면 PC는 전년 동기 대비 11% 급감했다. 프린트 분야도 4% 감소했다.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역시 9% 매출이 줄었으며, 소프트웨어 부문이 그나마 전년동기대비 1% 매출이 증가했다.
멕 휘트먼 HP CEO는 실적이 개선되지 않자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엔터프라이즈그룹 부문을 총괄했던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은 신기술 담당으로 보직 변경했다. 그는 앞으로 유망한 스타트업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나 새로운 직책 명도 없는 만큼 이번 인사가 '문책성'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엔터프라이즈그룹은 x86서버를 비롯해 네트워킹과 스토리지를 파는 HP의 핵심이다.
대신 빌 벡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를 기업그룹부문 총괄로 선임했다.빌 벡트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3년전 HP로 자리를 옮긴 인물로, 그동안 소프트웨어 사업부 등을 총괄해 왔다.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헨리 고메즈가 앞으로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겸직하도록 했다. 전 CMO인 마티 홈리스는 최고고객경험책임자(CCEO)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위기의 PC, 안드로이드가 구명대?
대만 PC업체 에이서는 지난 2분기(4월~6월) 3억4천300만 대만달러(약 1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600만 대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한 것.
에이서는 탈 윈도를 선언하고 안드로이드 중심의 모바일 DNA를 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짐 왕 에이서 회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가능하면 빨리 안드로이드나 크롬북 등 비 윈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왕 회장은 "윈도 대신 구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탑재한 제품을 집중 공급할 예정"이라며 "올해 10%~12%로 예상되는 구글 플랫폼 기반 제품의 매출 비중을 내년에 30%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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