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알뜰폰(MVNO)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통신업계는 벌써부터 2014년 통신업계 주목할만한 키워드로 '알뜰폰'을 꼽고 있다.
지난 10일 KT경제경영연구소는 내년 가장 주목해야 할 통신업계 이슈로 '알뜰폰'을 선정했다. 올해 알뜰폰이 날개를 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내년은 알뜰폰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3년, 알뜰폰 업계 숙원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
2013년은 알뜰폰 업계 숙원이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한 해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 위주로 고객들에게 접근했던 알뜰폰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에 나섰다.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의 중심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전국 226개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을 판매하며 알뜰폰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를 적극 지원했다.
지난 9월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 수탁판매가 시작되면서 알뜰폰 업계는 크게 요동쳤다. 우체국이라는 국민들의 신뢰도 높은 기관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면서 알뜰폰도 사용할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체국의 알뜰폰 수탁판매 성과는 놀라웠다. 판매 개시 17일만에 우체국을 통한 알뜰폰 가입자 수가 1만명을 돌파했고 2달여만에 가입자 2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은 물론 우체국 외에도 다른 오프라인 유통망들이 알뜰폰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체국이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자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알뜰폰에 관심을 가지고 알뜰폰 수탁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이마트도 자체 알뜰폰 브랜드를 론칭, 알뜰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알뜰폰 가입자도 급격히 늘었다. 올해 1월 가입자가 136만여명에 그쳤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200만명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2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사업자인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2013년은 우체국, 농폅, 편의점, 마트 등 알뜰폰 유통망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에게 알뜰폰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알뜰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해"라고 평했다.
◆2014년, 알뜰폰 전성시대 열린다
올해가 알뜰폰 도약의 해라면 2014년은 알뜰폰의 전성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휴대폰 가입자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넘어서면서 포화상태다. 보조금을 통해 번호이동 가입자를 늘리는 이동통신사들의 전략도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의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도 과잉 휴대폰 보조금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을 세운만큼 보조금 경쟁은 냉각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조금을 통한 번호이동 경쟁이 사라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을 고객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T경제경영연구소 박홍진 연구원은 "2014년은 알뜰폰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며 "가입자 포화, 보조금 냉각 등 알뜰폰 성장의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우체국 농협 등 대형 유통업체도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체국이 판매지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2014년이면 농협도 본격적으로 알뜰폰 판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현재 6개 알뜰폰 사업자를 수탁판매 대상 업체로 잠정 결정하고 수탁판매를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단말기 공동조달도 2014년에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알뜰폰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단말기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동조달이 성사되면 단말기 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내년에는 올해 자리잡은 알뜰폰 이미지를 극대화해 보다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4년 누적 가입자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이동통신 사입자의 10%를 알뜰폰이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다 다양한 요금제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뜰폰 업계는 저렴한 기본료에 피처폰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점점 후불요금제, LTE 요금제 등이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알뜰폰 가입자를 분석해보면 지난해에는 선불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60%에 육박했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후불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선불요금제를 선택한 비중은 48.6%로 후불 요금제 가입자가 더 많아졌다.
기존 이동통신사와는 차별화된 요금제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은 CJ그룹의 콘텐츠 및 멤버쉽 혜택을 통신서비스에 결합한 CGV요금제, 뚜레쥬르 요금제 등을 선보였고 이마트는 쇼핑과 연계해 브랜드별 상품 구매금액에 따라 통신비 할인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링크도 국제전화와 결합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요금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CJ헬로비전 헬로모바일 김종렬 상무는 "2014년에도 알뜰폰 요금제는 여전히 피처폰 요금제가 대세를 이루겠지만 점차 알뜰폰 업체들도 저가 LTE 가입자를 중심으로 LTE 서비스를 확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알뜰폰과 금융, 생필품, 화장품 등 이종 서비스 간의 다양한 제휴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