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횡령의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의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기일에서 김 고문 측 변호인은 "김 전 고문과 최 회장에게는 횡령 사건을 저지를 만한 범행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횡령 사건 당시 (김 전 고문은)167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옵션투자를 위한 통장 잔고도 360억원으로 자금이 충분했다"며 "SK의 법인자금을 횡령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김 전 고문이 사건 당시)투자금 조달이 끊겨 보험료를 낼 돈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보험료는 연체돼도 바로 해지되지 않는다"며 "횡령사건의 펀드 인출금 450억원도 장기 한 달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투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개월 연체해도 무방한 보험료 200억원을 내기 위해 횡령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 회장의 항소이유서를 근거로 "김 전 고문이 송금 받은 465억원 대부분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며 "직접이익을 취득한 사람이 진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김 고문 측은 최 회장의 횡령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개인자금 마련 등이 시급해 횡령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용처는 옵션 투자금이었다"며 "김 고문에게 투자해도 (단기간에)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횡령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당시 현금담보충당용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개인 투자금을 보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전 고문 측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최 회장 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동원된)소위 '바지'라고 주장하지만 (펀드 선지급금을)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며 지급시기와 송금액을 정한 것은 김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이번 횡령사건의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며, 김 전 고문과 개인적 금전거래를 했다는 얘기다.
앞서 김 전 고문은 이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김 전 대표와 개인적 금전거래일 뿐 회삿돈을 횡령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최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진술한 내용과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465억원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변호인은 이어 "이 사건의 핵심은 김 전 대표가 막대한 금액의 펀드 유치와 이익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등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라며 "사건 당사자들의 허위진술 등으로 이 사건의 실체가 일그러졌지만 김 전 고문 만은 변함없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 펀드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투자금 가운데 465억원을 선물옵션 자금으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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