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테슬라의 전기차다.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 세계가 전기차의 수익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BMW 등이 각각 다양한 전기차를 이미 선보였으며, 내년에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관련 시장이 가열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전기차 시장의 원년을 주도할 업체별 모델과 국내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 성패를 좌우하는 요건들을 다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정기수기자] ]엔진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넘어 이제는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원래 전기차는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소비 감소 트렌드와 고유가 시대의 대안이라는 점에 착안, 개발이 시작된 차량이다.
◆"배터리로 간다"…현실로 다가온 '전기차'
전기차는 전기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친환경자동차로 배터리에서 나온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이게 하는 구조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나 소음이 거의 없다.
전기차는 또 친환경성 외에도 분명 기름값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첨단 기술력이 투여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비싸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추는 데 실패하면서 '가격이 비싼 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얻으면서 대중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모터스는 전기차 업체 역사상 처음으로 올해 1분기에 1천125만달러의 흑자를 올려 '전기차도 돈이 된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테슬라는 전기모터의 강점을 부각시키면서 낮은 성능과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으로 지적돼 온 전기차를 '실용적인 차'에서 '성능 좋은 차'로 재정의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테슬라의 '모델S'는 최대출력 302마력, 최고속도 193km/h에 1회 충전에 426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5.6초에 불과한 고성능 차량이다.
모델S는 기본형 가격이 7만달러(약7천800만원)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 올 3분기까지 1만5천550대가 팔려나갔다. 연말까지 2만대 넘게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가도 최근 1년새 500% 정도 올랐다. 3분기 실적 부진과 차량 화재 등 악재에도 시가총액은 20조원가량으로, 이는 현재 기아자동차 시가총액의 80% 선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국산 및 수입 완성차업체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거나 내년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올해가 명실공히 차세대 '전기차 시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한국GM '스파크EV' vs 르노삼성 'SM3 Z.E' 격돌…"원년 제왕은 나"
테슬라모터스로 점화된 미국발 전기차 열풍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물론 수입차업체 역시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기차의 국내 출격을 잇따라 예고하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각각 '스파크 EV'와 'SM3 Z.E.'를 내놓고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이 두 차량의 판매 실적에 따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초기 주도권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한국GM이 선보인 첫번째 순수 전기차 스파크EV는 영구자석 전기 모터에 기반한 드라이브 유닛을 바탕으로 최대출력 143마력(105kW)과 저속 구간에서부터 탁월한 최대토크 57.4kg·m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145km/h며 제로백은 8.5초 이내로 풍부한 가속성능도 갖췄다.
특히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긴 135km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신연비 기준)를 지녔다. 높은 수준의 연비(복합모드 기준 5.6km/kWh)도 눈길을 끈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했을 경우 단위 리터당 50.9km 수준의 연비다.
현행 전기차 전용 요금체계를 기준으로 1년 1만5천km 주행을 가정할 때 7년간 가솔린 경차 대비 1천208만원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분리형 충전방식의 번거로움과 충전 소요시간도 대폭 개선했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충전(완속 충전)할 경우 6~8시간, 급속 충전소에서 충전하게 되면 20분이 소요된다. 르노삼성의 SM3 Z.E.(30분)보다 급속충전 시간이 짧다.
한국GM은 관공서 뿐만 아니라 스파크EV의 민간보급 사업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창원시에 스파크EV의 민간보급을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제주도 민간 보급용 스파크EV를 출고,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민간보급 사업에도 착수했다.
지난달 창원시가 실시한 전기차 민간보급 접수 결과에 따르면, 총 96대의 신청 가운데 스파크EV가 30대로 31.3%를 차지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스파크EV는 일일 운행거리가 긴 기업 및 법인의 업무용 차량 구입 부문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며 "경쟁 모델 대비 최장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을 원하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판매가격은 3천990만원.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1천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반영하면 가격은 최대 1천690만원까지 내려간다. SM3 Z.E.보다 500만원 저렴한 가격이다.
다만 경차라는 태생적인 한계상 좁은 공간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스파크EV와 시장 선점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는 르노삼성의 SM3 Z.E.는 준중형 모델인 SM3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넓은 실내 공간이 강점이다.
'국내 전기차는 경차'라는 공식을 깬 SM3 Z.E는 차별화된 공간 활용성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기차 160대에 대한 민간보급사업 참여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이 중 106대가 'SM3 Z.E'였다.
지난 10월부터는 SM3 Z.E. 택시가 국내 최초로 대전광역시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제주도에 이어 창원시에서도 1차 전기차 민간보급 확대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 차량 90대가 추가 투입되는 서울시 전기차 셰어링사업에도 SM3 Z.E.가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달 14일부터 부산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으며, 내년부터는 연간 4천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SM3 Z.E.는 전기차는 경차라는 인식에서 탈피, 실제 운용이 좋은 준중형 세단에 적용됐다"며 "택시 등 법인차량 수요를 염두에 두고 실내공간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충전 시간은 완속충전방식의 경우 가정이나 회사 등에서 일반 220V를 이용해 최대 6~9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급속충전시스템을 이용하면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연비는 4.0km/kWh다.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연료비가 6분의 1 수준으로 유지비도 저렴하다.
다만 주행성능 면에서는 경쟁 모델인 스파크 EV보다 아쉬운 수준을 보인다. SM3 Z.E.의 최고 출력은 70㎾(95마력), 최대 토크는 23㎏·m다. 최고 속도 또한 135㎞/h로 스파크EV보다 다소 뒤진다. 주행거리는 135km로 스파크EV와 차이가 없다.
판매가격은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비싼 4천500만원이지만 800만원 상당의 완속충전기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 정부 보조금 1천500만원과 지자체별 보조금 최대 800만원(제주 기준)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어 2천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쏘울EV'·BMW 'i3' 내년 상반기 출격
앞서 지난 2010년부터 전기차 '블루온'에 이어 2011년 '레이EV'를 통해 국내 전기차시장의 포문을 연 바 있는 현대·기아차는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블루온은 지난해까지 총 2천500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판매 저조로 결국 단종됐고, 레이EV는 관공서 납품과 '카 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내년 4월께 준중형차 쏘울의 전기차 모델 "쏘울EV'을 내놓고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쏘울EV는 완전충전시 국내 전기차 중 최장 거리인 약 200km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시속은 145km로 알려지고 있다. 제로백은 12초 이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km/h 이하의 속도로 주행할 경우 가상엔진소음 시스템(VESS)이 작동한다.
완전충전에는 일반충전(240V)을 할 경우 5시간이, 급속충전(100kW)을 하면 25분 정도가 걸린다. 가격은 3천8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전망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미 ‘레이EV’를 개발하면 많은 기술을 획득했다"며 "쏘울 EV는 주행거리가 200㎞에 이르고 충전 시간도 더욱 단축돼 레이 EV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히 앞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쏘울EV 를 시작으로 점차 차종을 늘려 국내외 시장에서 본격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준중형급 스테디셀러 아반떼와 K3를 모델로 한 준중형 전기차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 부동의 1위업체인 BMW코리아는 내년 5월 순수전기차 'i3'를 시작으로 9월에는 'i8'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i3는 메가시티에서 출퇴근이나 업무용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60㎞로 국산 전기차 모델에 비해 앞선다. 대부분의 자동차 이용자가 출퇴근을 위해 하루 50㎞ 내외로 이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용성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650cc 스쿠터 엔진인 '레인지 익스텐더'라는 옵션을 추가할 경우 최대 주행거리는 300km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i3는 탑승공간 전체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과 알루미늄 등을 적용해 무게를 1천150㎏으로 줄였다. 완속은 3~6시간, 급속은 30분 미만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i3 전기차는 BMW에서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하는 모델"이라며 "탑승 공간 전체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적용돼 철판과 같은 강성이지만,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i3의 유럽 판매가격은 기본형 기준 3만4천950유로(한화 5천148만원), 미국가격은 4만1천350달러(4천61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원대 전후에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출시되는 전기차 모델 중 가격 면에서는 가장 불리한 셈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i3는 기본형과 옵션이 다소 추가된 고급형 모델이 있다"며 "어떤 트림을 수입할 지 결정되지 않아 국내 판매가격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9월에 출시될 i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1.5ℓ 3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완속 충전시 2시간 미만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 제로백은 4.4초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까지 낼 수 있다. 배터리는 엔진으로 충전할 수 있고 외부전원으로도 가능하다.
이밖에 폭스바겐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의 전기차 버전인 골프 블루-e-모션을 내년 국내에 선보이기 위해 검토 중이다. 골프 블루-e-모션은 85kW의 최고출력과 27.6㎏·m의 최대토크 성능을 갖췄다. 최대 주행거리는 15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BMW, 폭스바겐, 르노 등 유럽 업체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대거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 모델의 출시가 예고돼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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