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한 때 조립PC가 인기를 끌었다. 파워 유저들은 용산상가 같은 곳에서 부품을 구입한 뒤 직접 조립해서 썼다. 조립PC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스마트폰 시장에도 이런 바람이 불 지도 모르겠다. 진원지는 구글이다.
구글 자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모듈형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더버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모토로라는 또 모듈형 스마트폰을 쉽게 구현하기 위한 개방형 무료 플랫폼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모토로라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라 프로젝트(Project Ara)'를 이날 공개했다.
◆원하는 모듈 끼우면 최적화된 스마트폰 구현
이번에 모토로라가 공개한 내용은 상당히 혁신적이다. 한 마디로 스마트폰의 색깔부터 디스플레이, 키보드까지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조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토로라는 '아라 프로젝트'가 "고도로 모듈화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무료 오픈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모토로라의 조립 스마트폰은 내골격(endoskeletons)과 모듈(modules)로 구성된다. '엔도(endo)'가 스마트폰의 프레임 역할을 하며, 모듈은 하드웨어다. 따라서 스마트폰 하드웨어 개발자는 누구나 모듈 형태로 자신이 생각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검색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원할 경우엔 관련 부품을 사서 끼우면 된다. '바이오 기능'을 원할 경우엔 그 분야에 강점을 갖는 모듈을 구해서 조립하면 된다.
물론 중앙처리장치(CPU), 스토리지, 카메라 등도 전부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사서 조립할 수 있게 된다.
모토로라는 이런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수 개월 내에 '모듈 개발자 키트(MPK)'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1년 이상 '아라 프로젝트'를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네덜란드 개발자인 데이브 하켄스가 공개한 '폰블록스(Phoneblocks)'를 접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미국의 IT 전문 매체 리드라이트가 전했다.
하켄스가 공개한 '폰블록스' 동영상에는 실제로 스마트폰을 조립해서 쓰는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돼 있다. 결국 '아라 프로젝트'는 하켄스의 비전과 모토로라의 기술력이 결합된 작품인 셈이다.
◆삼성-애플 주도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모토로라의 '아라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까? 지금 당장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라 프로젝트' 역시 제대로 된 결실을 맺으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C 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는 있다. 1990년대 중후반 PC가 대중화되면서 싼 값에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조립PC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스마트폰 시장에도 이런 바람이 불지 말란 법이 없다.
장벽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호환성이다. 이와 관련해 리드라이트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모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호환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토로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 표준을 배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러 개발자들이 만든 오픈소스 모듈을 단일 플랫폼에 얹어서 쓰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리드라이트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토로라의 '아라 프로젝트'가 제대로 구현될 경우 삼성, 애플 등이 주도하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잖은 충격파를 안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시장의 기본 매커니즘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단 얘기다.
과연 '조립 스마트폰 시대'를 열겠다는 모토로라의 당돌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에 답을 하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스마트폰 소비자들에겐 흥미진진한 질문이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