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53) SK(주)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6년을 재차 구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8일 첫 공판부터 약 5개월간 이어져 온 이번 사건은 선고공판 만을 남겨둔 채 모두 마무리됐다.
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가장 큰 책임은 최 회장에게 있다"며 "징역 6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또 동생인 최재원(49) 부회장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이는 지난 7월 29일 공판에서 검찰이 내린 구형과 동일한 형량이다. 검찰은 여전히 최 회장을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초 공소장 변경에 따라 최 회장의 형량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최 회장이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예비적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핵심은 펀드 출자 선지급금의 사적 유용"이라며 "그 주체와 그에 따른 책임의 가장 큰 주체는 최 회장"이라고 엄벌의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최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개인투자 목적이든, 동생의 투자 목적이든 회사 자금을 펀드 출자금에 유용키로 김 전 고문과 공모한 적은 절대 없다"며 "진실을 미리 밝히지 못햇던 저의 오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련하겠다"며 "용서를 구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다만 "(이번 항소심에서)충분히 납득할만한 실체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고 말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신청이 기각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신청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종전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가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변경 요청한 내용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지난달 28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최 부회장이 2007년 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으로부터 투자권유를 받은 뒤 SK C&C 주식을 활용해 투자하기로 마음 먹고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게 했고, 최 회장에게 펀드 출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SK계열사 자금이 조달될 수 있도록 요청해, 이를 승낙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즉, 펀드출자금 선지급 지시가 최 부회장과 선물투자를 대리한 김 전 고문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최 회장의 범행 동기가 1심 양형의 근거인 사익 편취가 아닌 동생인 최 부회장의 투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펀드 출자 및 선지급을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바뀌게 되는 것.
이에 따라 정상참작의 여지가 커져 최 회장의 형량이 가벼워질 가능성이 법원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이날 재판부는 "김원홍의 권유로 김준홍을 위해 선지급에 관여했지만 송금은 몰랐다"는 최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최 회장이 99% 자백했다고 볼 수 있다"며 "김 전 고문에게 돈이 송금되는 과정만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판부가 최 회장을 유죄로 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의 수위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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