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지난 20일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증시도 1900선이 깨지는 등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21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는 과도하며,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동양증권의 김지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공통점은 쌍둥이 적자(경상적자+재정적자)를 겪고 있어 외자 유출에 취약하고, 인플레 압력도 높아 환율 약세 기대로 외자가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이들에 대한 외환위기 우려는 지나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도의 경우,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만성적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인도 정부가 2017년까지 재정적자를 3%로 낮추겠다는 중기 재정개혁 목표를 연초에 세웠으며,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작년부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됐고,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도 받았지만 충분한 외환보유고, 매우 낮은 외채 비율 등 고려할 때,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신흥국의 채권 위험도를 나타내는 'EMBI+ 스프레드'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2011년과 2012년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었을 때보다 낮은 수준이며, 미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앞으로도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간간이 발생하겠지만, 시장 반응이 무뎌지고 있어 영향력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성훈 애널리스트도 "전일 인도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루피화 가치 급락에 따른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중이며, 인도네시아도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 2009년 고점에 비해서는 아직 37% 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국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간 내 외환위기에 빠지는 등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함을 보였지만 이 같은 우려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약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대신증권의 박중섭 애널리스트는 "미 양적완화 축소 관련 외국인 자금 이탈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한국에도 여파가 올 수 있다거나, 아시아 신흥국 경기둔화가 한국의 수출 둔화로 연결돼 기업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자금을 빼고 있지만 한국증시로는 오히려 유입중"이라며 "우리나라의 차별적인 경기 호전 흐름과 저렴해진 증시 상황 등이 부각되면서 국내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될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한국의 대 아세안지역 중간재 수출을 꾸준히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HMC투자증권의 이영원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신흥국은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되기 직전까지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있었던 곳"이라며 "현 상황은 유동성 효과로 인한 거품이 본격적으로 제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 추이가 상이하게 움직이는 현상으로 봐도 아시아 신흥국 우려가 국내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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