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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웨어산업, 3無에 '신음'


제값 없고 헐값만…인력 태부족, 통계도 부실

[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 업계는 지금 '제값주기'를 넘어 '몰아주기'가 필요하다."

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대표는 업계의 고민과 고단함을 담아 최근의 분위기를 이같이 표현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외치고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좌우할 것 같은 세상이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점과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SW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얘기였다.

지난 3일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은 여성 IT기업인 간담회에서 "정부부터 소프트웨어 제값주기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 간 외쳐온 소프트웨어 제값주기를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값은 없고 헐값만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에 적정한 값을 매겨주는 것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근본 해결책이라고 요약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와 환경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도 제품도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 동안 업계는 공공 분야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유지보수대가로 고통 받아왔다. 연간 유지관리 대가 계약을 맺는 데 있어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22% 받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8% 수준에 머무르며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소프트웨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까지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에 빠지는 기업들도 속출했고 이는 기업 생명력을 갉아 먹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로 인해 우수한 전담 인력을 두기도 어려웠다.

한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는 "당장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현재 인원의 두 배는 돼야 적정 인력이라 할 수 있지만 제값을 못 받으니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한다"며 "부문별 전담 인력을 두지 못하니 깊이 있는 개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요율을 현재 공급가의 8%수준에서 내년에는 10%, 2017년까지 15%로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기대감을 높였을 뿐이다.

그러나 유지보수요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제값 받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제값을 받는 것"이라며 "제값을 받게 되면 공급가가 상승하니 자연히 유지보수대가도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력은 보이지 않고 '인력난'만 남아

'좋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고 좋은 사람은 나가는 곳.'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결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고질적 병폐라 할 인력난을 만들어 냈다. 여전히 우수한 인력들은 발길이 끊겼고 젊은 층의 외면도 심각한 상황이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오재철 대표는 "산업의 흥망은 해당산업으로의 우수 인재 유입 여부에서 판가름 난다"며 "이제라도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나 지금의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본다면 인력 유입까지 3~7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개발자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처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나서면 개발자가 말린다는 웃지 못할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과 야근 등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쉴 틈 없는 근무환경은 열악한 처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력난에는 인력의 질도 포함된다. 우수한 인력이 오기도 쉽지 않지만 길러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이 반영된다. 시스템통합(SI) 위주로 산업이 돌아가다 보니 개발자가 전문 분야를 갖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분야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SI 사업에 따라 여러 기업이나 기관을 떠돌며 늘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된다"며 "수학만 10년 공부한 사람과 전과목을 1년씩 공부한 사람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에서는 개발자로 오래 근무하는 건 무능력하다고 여기는 나쁜 인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자에서 시작해 프로젝트 매니저, 영업을 거쳐 임원으로 승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통계가 없다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제대로된 통계가 없다는 점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통계가 없다. 정부나 업계는 IDC 등 외국계 시장조사기관이나 일부 민간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전체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조차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는 통계청, ITSTAT,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정도다. 그러나 세분화된 자료가 거의 없고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서는 정확한 통계 기반이 없어 사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비전을 세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만 해도 종류와 수출 국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묶어 발표하다 보니 정작 기업에서는 필요한 분야의 수치를 찾기 힘들고 실질적인 사업계획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찾아볼 수 있는 자료마저 수치가 서로 달라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 통계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등이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어느 곳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볼 것인가'부터 문제이다 보니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만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미래부 등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국가적 기준을 잡는 것이 필요하나 실행하기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곧 협회 차원에서 11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구간별 매출 순위를 매긴 통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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