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SW) 해외 진출 체력은 국내에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해외진출이다. 과거 제조기업들이 그랬듯 해외진출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로 여기고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꿈꾸는 건 일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SW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서는 데는 어려움도 많다.해외 고객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일이나 현지문화가 반영된 솔루션, 커뮤니케이션, 지속적인 서비스 등 현지화 전략을 위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걸림돌을 해결하기도 전에 포기하거나 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 장애에 부딪히기도 한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SW 기업들은 '충분한 시간'을 견뎌낼 만큼 '여유분의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캐즘(chasm)' 버터야 비약적 성장
규모가 작은 국내 SW 기업들은 어렵사리 해외진출의 물꼬를 텄다 해도 초기 시장이 주류 시장으로 성장하기 전 잠시 주춤한 상태를 말하는 캐즘(chasm)에 빠진다. 캐즘은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 비켜갈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원격제어 및 지원 솔루션 기업 알서포트(대표 서형수)나 SW 플랫폼을 제공하는 오비고(대표 황도연) 등의 기업들은 독특한 솔루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경우가 아니다.
기업에 따라 캐즘의 시간은 다르다. 어느 기업에게는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또 어느 기업에게는 단 1~2년의 시간만이 소요되기도 한다.이를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이 요구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SW업계 관계자는 "힘들게 하나 올라갔다가 바로 떨어지는 게 바로 캐즘"이라며 "그 침체기를 버텨야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SW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해 일본과 미국,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화를 시작했다. 이제 막 국내 SW기업들의 성과가 보이기 시장하는 일본 시장의 경우도 평균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는 2005년 하반기에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하지만 사실상 매출은 전무했고 2007년 매출 2억원이 첫 매출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투비소프트도 2002년 일본에 첫 발을 내디딘 후 2005년에야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는 "국내 사업은 해외 시장 진출의 근간이자 발판"이라며 "견실한 국내 사업이 해외 투자 여력을 조성해주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도 전에 투자 진행을 중단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탄탄한 내수 기반 갖춰야…가격정책 변화 필요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SW 기업들은 내수 기반의 건전한 수익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해야 하고 이는 곧 자생적인 수익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건강한 수익구조는 결국 '유지 관리비용의 현실화'로 연결된다. 합리적인 유지관리 비용이 지속적인 투자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유지관리 부분에 관한 개선이 이뤄져야 SW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계속적 연구와 업그레이드, 신제품 출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시장이 작다작다 하는 건 판매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유지관리 비용을 제대로 받아야 해외로 나가는 기반을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의 SW 제값주기에 관한 환경은 후진성을 띠고 있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SW 유지보수요율은 8% 수준이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 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글로벌 SW 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라이선스 판매 수익은 30% 미만이다. 라이선스보다 유지보수비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SW산업협회 관계자는 "잘못하면 이같은 수익구조로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시장 규모만 작다고 탓하며 준비도 없이 해외로 나가는 꼴"이라며 "판매 가격은 낮추고 유지관리비용은 제대로 취하는 형태로 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SW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이 중 수출은 약 1조5천억원 정도다. 반면 세계 SW 시장은 1천105조원이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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