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국내 1위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가 대외 금융IT 및 공공 정보화 사업 등 국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IT서비스 업계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삼성SDS는 이달 초 대외 금융IT와 공공 사업 인력을 글로벌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사업구조 혁신안을 마련했으며 다음달 1일 대규모 조직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주력했던 금융과 공공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삼성SDS는 국내 사업 축소를 발표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해외 디지털 스페이스 컨버전스(DSC) 사업과 지능형빌딩관리시스템(IBS) 구축 등 사회인프라 융복합 사업과 해외 제조 IT서비스 분야에 기존 금융과 공공부문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S의 이번 결정에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올게 왔다'는 반응이지만 발빠른 행보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사업 참여 제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이 더해져 국내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IT서비스 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국내 사업이 더이상 회사의 성장세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삼성SDS가 오죽했으면 이같은 결정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공 사업은 애초에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분야였고 금융IT의 경우에도 지난 3~4년 전부터 동종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삼성SDS와 같이 다른 IT서비스 기업들도 똑같은 선택을 해야할 상황"이라면서 "무조건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벌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물론 일부 예외사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예외사업에 이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입찰 참여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따라서 삼성SDS 등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아예 공공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예외사업의 경우에도 수익이 보장되거나 꼭 필요한 사업(레퍼런스)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금융IT 분야의 경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가 잇따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2000년대 들어서 금융시스템이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유닉스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금융IT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최근 IT서비스 기업들의 기술이 평준화되고 있어 사실상 가격 중심의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사업 포기 선언으로 LG CNS나 SK C&C 등 경쟁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LG CNS 관계자는 "삼성SDS가 빠진다고 해서 반사이익을 얻거나 사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주력해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 C&C 관계자 또한 "삼성SDS의 빈자리로 경쟁사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일부 시각이 있긴 하나 IT서비스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반사이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SK C&C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금융과 공공 사업에 계속해서 참여하면서도 해외 시장과 비(非)IT 시장 공략을 가속화시켜 지속적인 성장세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RG 조사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약 11조원 대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공공 시장이 4조2천750억원, 금융시장이 4조3천170억원으로 전망됐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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