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SW)가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SW 기업들의 관심은 온통 해외로 향하고 있다.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싶은 열망과 의지도 곳곳에 가득하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내로라하는 쟁쟁한 SW기업들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시장은 SW 기어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자 '고전의 땅'이기도 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강조하는 공통의 요건이 있어 주목된다. '수준 높은 품질'과 '궁합 맞는 파트너 선정', '지속적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으나 이들 세 가지 요건은 다시 살펴 보고 살펴 봐도 '진리라 할만한' 것들이다.
무조건 다양한 기능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좋은 게 아니라 SW가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인지도'보다는 '적합성'여부에서 검증된 현지 파트너를 만나 제품과 서비스에 신경을 써야만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한국식 SW 품질 마인드 버려라
소프트웨어(SW) 품질은 국내에서 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관리하고 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기준의 10배 이상의 품질 수준이 돼야 겨우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기술을 과신하고 해외진출을 시도하다 많은 국내 SW 기업들이 실패를 맛봤고 글로벌 시장의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한 채 빠른 시장 성공만 기대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업체들이 많았다고 설명한다.
국내보다 해외고객이 더 많은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대표 오재철)는 해외사업을 위해 별도의 품질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명의 제품 개발자마다 소프트웨어 품질을 관리하는 1명의 QA(Quality Assurance)가 배속돼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제품의 품질 체크를 할 때 제품의 출시 주기마다 기준과 관리 방식이 다를 수 있으나 최소 약 4천 개 항목에서 최대는 3만 개 항목에 대해 품질을 확인한다"며 "3천 개 정도면 많다고 하는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투비소프트(대표 김형곤)는 자체 구축한 자동 품질 관리시스템을 통해 제품 출시과 월 단위 정기 배포 전 최소 3천 600여 개의 항목을 체크하고 있다. 출시 후 유지보수를 위한 세부 항목까지 포함하면 전체 품질 관리 항목 수는 1만 개를 넘어간다.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도 각 제품별로 담당부서를 따로 두고 부서마다 품질관리팀을 두고 있다. 개발진에서 먼저 1차 테스트를 거치고 각 사업부의 품질 관리팀이 2차 테스트를 한다. 이어 해외사업부의 해외제품화팀에서 3차 테스트를 한 후 현지 파트너사가 마지막으로 최종 테스트를 하는 방식이다.
알서포트(대표 서형수)는 해외사업을 위해 별도의 품질관리팀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대형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경우엔 전담팀을 구성해 QA에 임한다. 특히 지사와 리설러가 제품의 최종 출시 전 현지점검을 해주고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 고객을 유인한다면 좋은 품질은 장기고객을 만들어 낸다"며 "한 번의 판매로 그치지 않으려 한다면 품질에 힘을 써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트너 결정은 '결혼상대'를 찾는 것
해외사업을 할 때 파트너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으로 치면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SW기업이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스스로 터를 닦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의 필수 성공조건으로 여겨지는 '현지화'를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기본이다. 역량 있는 파트너는 다양한 현지 정보를 얻고 고객사와 가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현지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은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라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게 먼저 진출한 SW 기업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크고 유명한 회사가 반드시 좋은 파트너라는 등식은 여기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큰 기업은 오히려 취급하는 품목이 많아 자사 제품이 '온리 원(Only One)'보다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큰 기업'보다는 '적합한 기업'을 파트너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SW 업계 관계자는 "'네임밸류'보다는 우리 회사를 잘 지원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먼저 해외에 진출한 국내 SW 기업들이 다른 SW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첨병'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코아(대표 이화식)와 알티베이스(대표 김성진)다.
엔코아는 국산 솔루션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알티베이스, 웨어밸리, 제니퍼소프트, 포시에스, 엑셈 등의 업체와 중국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활약 중인 알티베이스도 역시 이 지역을 토대로 국내 SW 기업들과 협력해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 선도기업들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기존에 수출하고 있는 업체와의 협업 관계를 통해 그들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이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나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며 "최근에는 '한국관'과 같은 현지화 센터를 넘어 이와 같이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도 파트너, 지속적 서비스 관건
지속적인 서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제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요구를 당연시하고 있다.
SW를 설치해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쓸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흔히 말하는 AS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용 SW는 개발 중에 기술 문의 등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면에서 서비스 지원체계를 요구 받고 있다.
일본 원격제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알서포트는 고객을 한번 구매하고 끝나는 구매자가 아니라 함께 제품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서비스로 거듭나게 하는 동반자로 정의한다.
국내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전하는 인피니트헬스케어(대표 홍기태, 반용음)도 서비스화 능력을 강조한다. SW는 일회성 판매 제품이 아니고 사용자가 소유권을 갖지도 않기에 단순 유지보수부터 최신 버전의 업그레이드까지 지속적인 서비스가 지원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SW 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B2B 제품인데, 이들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고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며 "반드시 현지의 파트너가 제품을 이해하고 기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업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투비소프트는 품질 관리, 교육, 컨설팅으로 시작하는 사전 서비스 조직에서부터 기술지원에 이르는 사후 서비스 조직을 모두 갖춰 제품 서비스 라이프 사이클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서비스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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