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SK하이닉스가 청주 M8 공장을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생산공정으로 전환한 데 이어, 향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급가능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유경동 상무는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포럼에서 "현재 M8 공장의 공급가능량은 월별 10만장 정도로 미래에는 공급가능량을 좀 더 확보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전은 청주 M8 공장이 안정적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정으로 전환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청주 M8 공장은 사실상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 전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M8 공장은 올해 연 매출 5억달러(한화 약 5천426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3억6천만달러(3천906억원) 정도가 시스템반도체 매출로 추산된다.
청주 M8 공장은 지난 1995년 설립, 한때 M8과 M9라인을 합쳐 낸드플래시 월별 생산량이 30만장을 넘어섰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300mm(12인치) 웨이퍼로 공정 전환을 시작하자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는 200mm(8인치) 웨이퍼용 M8 공장을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사업에 투입했다.
유경동 상무는 "M8 공장은 57나노 낸드기술 확보를 위해 ARF스캐너를 갖춰 놓은 공장"이라며 "이 장비가 90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M8 공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M8 공장은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복합고전압소자(BCDMOS), 온칩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eNVM)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경동 상무는 "고가형 이미지센서와 저가형 DDI 등으로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양과 수익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팹 전환의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메모리를 중점적으로 만드는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기술이 그대로 옮겨져서 수율을 내는 것도 다른 경쟁사들보다 수월한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반도체용 공장을 새로 세우는 것보다 메모리반도체 공장에서 확보한 공정 제어 기술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초기 실리콘화일·피델릭스에서 각각 CMOS이미지센서(CIS)와 모바일D램을 위탁생산한데 이어 실리콘웍스, 에스이티아이, 실리콘마이터스, 퓨처스코프 등 국내 팹리스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M8 공장에서 생산했던 DDI와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CIS 이외에도 전력제어IC(PMIC), 콘트롤러 등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유경동 상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터치스크린 컨트롤러(TSC)를 원칩으로 구현하는 융복합칩을 국책 과제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로직 쪽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경동 상무는 "90나노 이후 미세공정에 대한 로드맵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M8 사업부장인 한성규 전무도 저전력 반도체 생산을 위해 구리 공정을 도입해 달라는 팹리스 측의 요청에 "구리 공정 도입시 웨이퍼 5천장용 설비에 약 300억~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200mm 웨이퍼용 공장에서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아직 소극적인 입장이다.
유 상무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관련해서 사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연구해보려고 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사업화하기는 어렵고 3~5년 후에 첫 사업을 시작하고 10년 후가 되면 괜찮은 사업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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