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기자]오는 19일 용인 에버랜드 인근 선영에서 치러질 호암 이병철 회장 25주기 추모식 참배 방식을 놓고 삼성 그룹과 CJ 그룹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CJ 측의 정문 출입을 허용할 지가 주목을 끈다.
자칫 두 그룹이 물리적으로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CJ 그룹은 14일 선대회장 25주기 참배 방식을 놓고 보도자료 및 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상대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선대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CJ 전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간 상속 재산 소송의 후유증이다.
일단 두 그룹은 서로 다른 시간에 참배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 상태다. 이병철 회장 별세 이후 별도로 참배를 하는 건 이번이 25년만에 처음이다.
양측의 갈등 속에 최대 관심사는 CJ 측이 선영 내에 있는 한옥(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과 한옥 정문을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CJ 측은 이재현 회장이 호암의 장손이라는 점과 지난 24년 동안 한결같이 이 정문과 한옥을 이용해 추모식을 거행해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정문을 통해 한옥을 거쳐 뒷산에 있는 묘소를 찾아 참배하겠다는 게획이다.
CJ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 측 통보대로 시간대를 달리해 추모식을 갖겠지만 당일 삼성 행사 이전이나 이후, 혹은 그 전날 참배도 가능하니 정문과 한옥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선대회장의 장손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용인 선영에서 부사장급 이상 50여명과 함께 별도의 추모식을 가질 계획인 바 정문 및 한옥 사용을 삼성 측에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계속 삼성 측에 이 요구를 할 계획이며 추모식 당일에도 현장에서 정문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한옥으로 들어가는 입구(CJ 측이 정문이라고 주장하는 곳)와 한옥을 다른 그룹에 개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옥은 현재 사유지이고 (CJ그룹과) 관계가 나쁜 상태에서 서로 마주쳐 좋을 이유가 없다는게 현재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CJ 관계자는 삼성의 이런 입장에 대해 "현재로서는 당일 현장에서도 정문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계속 요구할 계획"이라며 "현장에서 정문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최악의 경우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추모식 주최 측인 호암재단이 이번에 참배 방법을 변경한 것을 놓고 CJ 측은 "'뒷문으로 왔다가라'는 삼성의 통보는 사실상 다른 형제 및 그 자손들의 정상적인 선영 참배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삼성 측을 비난했고,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올해부터 선대회장 추모식을 그룹별로 진행하기로 하고 호암재단이 각 그룹에 설명 및 참배 안내를 했을 뿐인데 CJ 그룹 측이 갑자기 사실과 다른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 의도에 대해 비판했다.
삼성 측은 특히 "한옥(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은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주거시설로, 제수를 준비하는 곳이 아니다"며 "제수와 제기는 삼성이 준비한다고 사전에 알려줬기 때문에 (CJ 등 다른 그룹은) 한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균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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