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동생 최재원(49) SK그룹 수석부회장에 의해 김원홍 SK해운 전 고문의 계좌로 송금된 450억원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 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에서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지난해 11월 SK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될 때까지 (2008년 김원홍에게 전달된) 불법 송금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이후 법무팀으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최 회장의 증언은 지난 공판에서 동생인 최 부회장의 증언과도, 지난달 25일 열렸던 첫 증인신문에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 전 대표가 진술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지난 1일 최 부회장은 같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두, 지난 2008년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에 투자한 2천800억원 중 450억원을 최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를 맡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사실이 자신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최 부회장은 "김준홍 베넥스 전 대표가 구속되기 전까지는 본 건(450억원 펀드자금)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지 몰랐다"면서 "하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 4일 직접 최태원 회장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모든 조사에서는 사실대로 증언했다"고 지난해 12월 열린 공판 당시 진술을 번복한 경위에 대해 설명했었다.
이에 앞서 김준홍 전 대표 역시 "베넥스 펀드자금 450억원은 최재원 부회장의 지시에 의해 김원홍 전 고문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최 회장은 또 2008년 6월께 최 부회장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빌린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SK C&C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것에 대해서는 "동생인 최 부회장이 자금이 필요하다며 SK C&C 지분을 담보로 해달라고 요청해 보증을 서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서도 재무팀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회계처리 된 자금으로 이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같은 실수나 잘못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최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쳤다. 검찰의 구형은 결심공판에서 나올 예정이다.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 법정에서 최 회장에 대한 심문이 이뤄진 것은 최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지 10개월여 만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에 투자한 투자금 중 일부를 빼돌려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기속 기소된 상태다.
그는 또 2005~2010년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후 이를 SK홀딩스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39억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당초 최 회장에 대한 피고인 심문은 지난 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추가 증인심문이 이뤄지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심문 시간 역시 당초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종일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오후 2시부터 심문을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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