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 정기수 기자] 국내 원자력발전소 부품 공급업체 8곳이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부품을 공급해 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일부 원전의 가동중단이 불가피해지면서 올 겨울 사상 유례 없는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기업 등의 전력 수요관리를 통해 예비력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5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8개 원전 부품 납품업체가 제출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된 검증서를 통해 원전에 납품된 제품은 237개 품목의 총 7천682개 제품이며, 제품 가액은 8억2천만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실제 원전에 사용된 것은 136개 품목 총 5천233개 제품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검증 제품이 가장 많이 사용된 영광 원전 5·6호기 등 2개 원전은 이날부터 전체 부품의 교체가 완료되는 올해 말까지 가동을 멈추키로 해 당장 올 겨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등 전력대란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11월∼12월중 예비력은 275∼540만kW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영광 5·6호기 부품 교체가 지연될 경우 내년 1월과 2월에는 예비력이 급감해 30~230만 kW에 불과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우선 산업용 전기에 업체별로 절약 목표를 할당, 수요관리를 통해 예비력을 최대한 맞춘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홍석우(사진)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블랙아웃은 전국적으로 전기가 다 꺼지는 것인데, 비상 매뉴얼대로 하면 블랙아웃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예정된 열병합 발전소 준공 시점을 2개월 정도 앞당기고 기업들과의 협약으로 170만kW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예비 전력을 400만㎾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만 화력이나 원자력이 등 또 다른 정지가 발생하면 예비력이 400만㎾에서 200만㎾로 줄어들 수 있어, 예비력이 더 떨어지면 탭 조정을 하고 100만㎾ 밑으로 내려가면 순환단전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산업용은 강제 절약 목표 등을 부여하고,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를 총동원해 공급능력도 최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이어 "조석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 가동에 착수했다"며 "전력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초고강도 동계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마련, 이달 중순경부터 조기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이날 오후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발전 자회사 등 전력 유관 기관장을 긴급 소집해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열고 준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기온 하락으로 인한 전열기구 사용이 늘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점 역시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대형마트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전기매트는 전년동월 대비 36.2%, 전기요는 13.5% 각각 판매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 최대 수요 시간은 오후 6~7시까지로, 이 시간 총 6천170만kW의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이는 전년동일 대비 13.8%(750만kW) 늘어난 것으로 전력예비력은 723만kW, 예비율은 11.7%에 이를 것이라고 거래소 측은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예비력(1천444만kW)과 예비율(26.6%)의 절반 수준이다.
정수남,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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