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간의 역사적인 특허 소송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절차는 21일(이하 현지 시간)로 예정된 최후 변론 정도. 양측 변호사들은 이날 2시간 여 동안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배심원을 설득하게 된다.
그 과정이 끝나게 되면 9명의 배심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배심원 평결은 24일 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심원들은 이번 재판에 대해 어떤 판결을 할까? 총 25억달러 가량을 배상하라는 애플 쪽의 손을 들어줄까? 아니면 4억2천만 달러 가량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의 편을 들까?
물론 재판 결과를 점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판결을 할 배심원들이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란 점 역시 변수다. 결국 일반인들이 보기에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느냐는 부분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9일 배심원들이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이번 소송의 최대 수혜자는 변호사들이라고 꼬집었다.
◆애플 공격, 삼성 방어 방식으로 계속 진행
스탠퍼드 법과대학의 마크 렘리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재판 과정 대부분 삼성은 수비 쪽에 치중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 차이는 양측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쪽이 침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좀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특정 기능을 무차별적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사각형 모양과 둥근 끝 부분 같은 디자인 적인 요소를 비롯해 바운스-백 같은 기능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플 쪽에선 어마어마한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132쪽에 이르는 삼성 내부 회의 자료를 비롯해 신종균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까지 공개했다.
특히 애플 측은 신종균 사장이 아이폰 출시 직후 "삼성 디자인의 위기"라고 질타한 부분을 집중 부각시켰다. 아이폰을 베끼라는 지시라는 게 애플 쪽 주장이다. 애플 쪽 주장은 일반인들에겐 꽤 설득력 있게 들릴 요소도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런 공격에 대해 삼성 쪽 변호사들은 아예 애플 쪽의 특허 자체를 문제 삼는 전략으로 맞섰다. 로저 피들러가 1980년대 선보인 태블릿을 비롯해 다양한 선행 기술들을 앞세워 아이패드 자체가 독창적인 기술이 아니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삼성 측은 또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선 애플이 추정한 피해액 계산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은 애플을 공격할 땐 이메일 및 사진 전송 기술을 비롯한 실용 특허권을 공격 무기로 삼았다. 이동통신 쪽의 표준 특허 역시 주요 공격 무기였다.
아메리칸대학교의 호르헤 콘트레라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보다는 삼성의 실용 특허 쪽이 침해 사실을 증명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단순히 애플 제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론 불법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이번 판결이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주고 받으면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쪽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콘트레라스 교수는 또 "설사 애플이 몇몇 부분에서 승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승소 땐 제품 다양화, 삼성 승소 땐 비슷한 제품 쏟아질듯
이번 재판은 표면적으론 삼성과 애플의 싸움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 복잡하다. 결국은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 간의 세력 다툼 양상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승패는 단순히 두 회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 머무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이 특허 침해를 한 것으로 판결날 경우엔 다른 안드로이드 업체들 역시 소송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맹주인 구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승패에 따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승리할 경우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업체들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크리스토퍼 카라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이길 경우 시장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토퍼 카라니는 시카고에 있는 로펌인 맥앤드류스에 근무하고 있다.
삼성이 승리하게 되면 반대 효과가 예상된다. 당분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유사하게 생긴 제품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소송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삼성과 애플 두 회사 보다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결 양상에 좀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IDC 자료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시장의 64.1%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18.8%에 불과하다.
애플이 승리할 경우 점유율 싸움에서 좀 더 유리한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 당분간 안드로이드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올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은 그들만 거액의 수임료를 챙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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