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스토리지 전문기업인 EMC는 서버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서버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지만, 서버 관련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서버에 관심 없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EMC는 지난 21일부터 열린 'EMC 월드 2012'에서 'VF캐시'를 여러개 엮어서 SSD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를 만드는 '프로젝트 썬더(Project Thunder)' 제품을 공개했다. VF캐시는 EMC의 서버용 플래시 캐시 솔루션으로 기존에 스토리지에만 적용했던 플래시 기술을 서버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프로젝트 썬더는 읽기 쓰기 작업이 많고 지연 시간이 짧은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기술로 서버 네트워크 플래시 기반의 어플라이언스가 플래시의 이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VF캐시에 고급 PCIe 기술로 탑재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썬더는 4유닛 크기 박스에 2개씩 장착돼 블레이드 서버 형태를 띠고 있는 제품과, 1유닛 크기의 마이크로서버 모양을 띠고 있는 제품 두 가지다.
EMC는 이번 EMC 월드 2012에서 스토리지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동안 서버 영역이었던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베이스(DB) 등의 기업형 애플리케이션 구동이 스토리지에서도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로 어찌 보면 '서버 기능을 하는 스토리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 기술은 특히 VM웨어가 보유한 가상화 기술로 구현되는데, 스토리지 운영체제(OS)에 생성된 가상 머신(VM)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게 된다.
EMC는 향후 2년 내에 자사의 스토리지 제품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2년 이내에 '서버 기능을 하는 스토리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서버 영역 관심 보이는 EMC '서버는 정말 안 한다고?'
EMC의 이같은 행보는 데이터 저장과 처리 역할을 하는 스토리지 사업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사실상 서버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F캐시는 서버의 PCIe 버스에 설치되며 사용 빈도가 높은 데이터가 더 이상 네트워크를 거쳐 스토리지로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스토리지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서버의 역할을 감소시킨다.
EMC는 이처럼 서버 영역에 접근해 가면서도 거듭 '서버 사업 진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의 입출력(I/O)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더 많은 워크로드 처리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VF캐시의 경우 스토리지가 아닌 서버에 들어가는 솔루션이고, 스토리지 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겠다는 발상도 서버와 스토리지 중간 단계의 제품을 만들어 사실상 서버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EMC는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프로세서, 네트워크, 서버 부문을 제외한 전 IT스택을 확보했다. EMC 역시 '스토리지 기업'이 아닌 '종합 IT솔루션 기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MC는 현재 시스코와 IBM, HP, 오라클(썬마이크로시스템즈), 델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버 비즈니스를 해 오고 있다. 스토리지에서 시작해 클라우드·가상화, 빅데이터, 보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는 EMC의 입장에서 볼 때 컴퓨팅의 핵심 부문인 서버는 탐나는 영역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MC가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탄탄하지만 서버까지 진출한다고 하면 주가가 폭락할 우려도 있지 않냐"며 "주가 불안정이나 얼라이언스 파트너 및 경쟁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EMC가 '현재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만을 강조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EMC 통합마케팅본부 유상모 이사는 "EMC는 일반적인 x86 서버 사업을 전개할 의향이 없다"면서 "가상화 IT 환경을 최적화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물리적 서버를 통한 시장 진입은 EMC의 지향점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EMC가 서버에 장착되는 VF캐시와 프로젝트 썬더를 발표한 것에 대해 "서버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라 가상화 IT 환경에서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솔루션의 일환"이라며 "서버로부터 스토리지까지의 입출력(I/O) 지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적인 시스템의 성능을 극대화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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