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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할인요금제'의 불편한 진실


[통신시장 첫단추 다시꿰기-3]원인은 잘못된 만남

[강은성기자] 2009년 12월, 국내에 아이폰을 처음 들여온 KT는 이제껏 없었던 요금제를 함께 출시했다. 스마트폰 전용 월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당시 81만3천원이라는 고가의 아이폰을 요금으로 할인해주는 '할인요금제'가 그 것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을 출시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KT와 대동소이한 스마트폰 할인요금제를 만들어 스마트폰 가입자들에게 적용시켰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500만명을 넘어선 현재, 대부분의 가입자는 이 할인요금제를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KT와 SK텔레콤의 고위 임원들은 잇따라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KT 고위 임원은 "할인요금제를 출시한 것 자체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꼴'이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고위 임원 역시 "할인 요금제가 우리 숨통을 죄고 있다"면서 "부메랑에 맞았다"고 토로했다.

◆할인요금제 실상은 '단말기 보조금'

KT는 아이폰 도입 이전인 2008년 4월1일부터 '쇼킹스폰서'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가 휴대폰 단말기에 대한 불법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약정할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계약기간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을 우회 지급했던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단말기 할인 보조금을 '일부 지역'에서 '특정 기간'동안에만 지급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경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도 T할부지원, 더블할인 등의 프로그램으로 약정계약에 따른 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러던 것이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요금할인'으로 변신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위약금도 없다. 중도 해지를 하면 남은 단말기 할부금만 내면 된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요금할인'이라는 것이 1인당 27만원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테두리 밖에 있는 '우회 보조금'이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면서 눈을 감았다.

이에 이동통신사는 1인당 단말기 보조금 27만원에 요금할인으로 30만~70만원의 우회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현재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성횡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보조금 자체가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어 초기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할인요금제 탄생 배경

KT 임원은 "(2009년 출시)당시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299달러라는 출고가를 유지하는 것이 정책이었다. KT가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 정책을 따라야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KT가 일반 이용자들에게 고지한 아이폰 단말기 가격은 81만3천원. 이를 299달러, 즉 한국 돈 30만원대에 맞추기 위해서는 KT가 '단말기 보조금'을 약 50만원가량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할인요금제라는 것이 등장했다고 이 임원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KT는 i요금제라는 별도 요금제를 만들어 54요금제의 경우 한달에 1만8천원씩 2년간 43만2천원을 할인해주고, 44요금제는 1만3천원씩 31만2천원을 깎아줬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한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2010년 6월 삼성전자가 내 놓은 갤럭시S 단말기의 국내 출고가는 무려 94만9천원에 달했다. 한정모델이 아닌 대중을 겨냥한 휴대폰 모델중 삼성전자가 출시한 가장 비싼 모델이었다.

아이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항마'를 출시해야 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94만원짜리 휴대폰을 덜컥 살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SK텔레콤 역시 KT와 유사한 할인요금제를 출시했고, 2년동안 42만원(54요금제 가입시)을 요금으로 할인해주겠다고 알렸다.

한달에 1만2천원 정도만 단말기 가격을 내면 된다는 말에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지갑을 열었고 갤럭시S는 출시되자마자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역대 판매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최단기간 최다 판매에 성공했다.

SK텔레콤 고위 임원은 "당시로서는 KT의 아이폰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갤럭시S를 출시했는데, 단말기 가격이 워낙 비싸 요금할인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싼 단말가격, 통신요금으로 보조

KT와 SK텔레콤의 사례에서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알 수 있다. 비싼 단말기 가격을 통신요금이 보조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도 적용되고 있다.

만약 '요금할인'이라는 부분을 없앤다면 현재 SK텔레콤의 54요금제는 37요금제가, KT의 54요금제는 35요금제가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소비자들은 통신비가 폭등했다고 인식하지만, 표에서 보듯 현재 정액요금에서 할인요금을 제외하면 과거 일반폰 사용할 때의 요금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연간 가계동향 조사에서 통신요금이 불과 2.5% 인상됐다고 발표한 것은 이같은 할인요금을 제외한 부분을 통계로 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고위 임원은 "과거 피처폰 시절 3만7천500원을 사용하던 가입자 요금을 분석해보면 기본료 1만1천원과 음성통화가 240분(초당 1.8원 기준) 가량 된다. 그런데 54요금제 가입자는 통신사가 똑같이 3만7천500원을 벌어도 음성무료통화 300분, 문자 250건, 데이터 무제한을 정액으로 제공한다"면서 "통신사 매출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이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명 통신요금 고지서에는 요금이 6만~10만원이 찍혀 나온다. 결국 이는 단말기 가격인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통신장비 구입비(단말기 할부금)'는 2010년보다 49.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신요금 및 고가 단말 위주의 산업 환경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요금할인은 결국 단말기 가격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말기 유통과 가격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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