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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디지털 공간과 '잊혀질 권리'


‘나꼼수’의 김용민 후보의 4·11 총선에서의 낙선과 연예인 김구라 씨의 방송하차는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막말’이라고 표현되는 내용이 아주 오래 전, 거의 10년 전에 있었던 과거의 일이라는 점. 당시 했던 ‘막말’이 고스란히 인터넷에 저장돼 있다가 필요에 의해 현재 시점으로 돌출돼 나왔다는 점이다. 김용민과 김구라 씨는 자신이 했던 과거의 말을 ‘잊고’ 살았다. 자신이 한 말이 인터넷 공간에 저장돼 있다가 갑자기 10년이 지난 지금, 불쑥 튀어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컸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인터넷은 가상공간이다. 가상공간이기는 하지만 흘러가는 물처럼 한번 했던 말이 사라지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은 어딘지는 모르지만 저장 공간에 남아 있다가 언제 어느 순간 튀어나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글은 자신이 썼다가 지워도 다른 사람이 퍼가거나 혹은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저장 공간으로 이동하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에서 본다면 인터넷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거대한 일기장’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일기’는 말 그대로 자신의 은밀한 생각을 담는 공간이다. 이를 다른 사람이 본다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혹은 자신이 했던 처음의 의도와 달리 왜곡돼 전달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쓴 글을 지울 수 있는 권리, 즉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솔직하게 적었지만 스스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수 있다. 김용민과 김구라 씨도 자신이 10년 전에 했던 말과 글이 ‘잊혀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공인들의 말과 글이 무조건 ‘잊혀져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반인들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개인이 글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글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지울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입법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흔적 지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잊혀질 권리’를 입법화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지난 1월 관련법을 개정해 인터넷 사업자가 보관하고 있는 개인 관련 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관련 내용의 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자신이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심의 없이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잊혀질 권리’와 함께 이용자 스스로의 책임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쓸 때는 자정능력과 함께 책임감 있는 글 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갈수록 인터넷 공간은 거대한 글과 말들의 저장 공간이 될 것이다. 그 공간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잊혀질 권리’와 함께 ‘책임 있는 자세’도 함께 요구받고 있다.

/정종오 편집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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