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삼성전자가 LCD 사업부를 분할하기로 결정한 것은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재점검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대한 투자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부품 사업의 경쟁력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 자원 운용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20일 이사회를 열어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신설되는 법인(가칭 삼성디스플레이주식회사)은 초기 자본금 7천500억원의 신규법인 형태로 설립된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사업의 재편을 단행하게 된 것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역동성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해 약 7천500억원의 적자(연결 기준)를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패널 판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탓이 크다.
이는 그나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실적(지난해 영업익 1조원 추산)이 여기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LCD 사업부 단독으로만 보면 약 1.6조원이 넘는 적자를 본 셈이다.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소니는 지난해 말 TV 사업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의 LCD 합작법인 에스엘시디(S-LCD)의 지분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집행 구조, 책임경영 체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LCD 분사 및 디스플레이 사업구조 재편을 결정하게 됐다.
디스플레이 부문 분사를 통해 삼성전자 부품 사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형식상 독립 체제로 유지돼 오긴 했지만 부품 부문이 완제품 부문과 한 지붕 아래 있다보니 그동안 부품 사업 부문의 고객사인 여러 경쟁사들이 정보 유출 우려를 지적해 왔는데 적어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이같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SMD와의 합병도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
디스플레이 산업의 무게 중심이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옮겨질 것이 예상되면서 SMD와의 합병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분사 결정을 공시하면서 "LCD 디스플레이 뿐만아니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SMD나 S-LCD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있음을 예고했다.
LCD와 OLED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디스플레이 전문회사가 탄생할 경우, 패널 사업의 기술 개발 노하우 공유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대형 OLED를 만들 때 기존 LCD 장비와 제조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에 6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대부분이 OLED용이며 LCD 관련 투자는 최소한의 유지보수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 달 16일 주주총회를 거친 후 삼성디스플레이 법인을 4월1일에 정식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장 박동건 부사장은 이번 LCD 사업부 분할에 대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스피드 경영이 가능해졌으며 거래선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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