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2011년 디스플레이 업계는 시장 수요 부진으로 인한 업황 악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야만 했던 해였다.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업황 부진을 탈피하는 한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안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지난 1년의 디스플레이 산업지도를 훓어보고 올해 업계를 이끌 화두는 무엇일지 짚어본다.
◆2011 - 선진국 수요 부진으로 공급 과잉 시달려
지난해는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에 우울한 한 해였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 둔화로 TV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여기에 공급 과잉 현상까지 겹쳐져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TV 제조사들은 판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일년 내내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패널 공급 업체들 역시 고객 감소와 패널가 하락에 따른 이중고로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감내해야 했다.
시장 선도 업체인 국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마저도 부진해진 업황의 타격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5천억 가까이 영업손실을 봤고,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사업구조 재편으로 인해 중간에 수장이 바뀌기도 했다. 중국에 건설하려던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도 답보 상태다.
적자로 휘청이기는 대만과 일본의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대만 AU옵트로닉스(AUO)와 치메이이노룩스(CMI)는 각각 3분기 연속, 5분기 연속 적자로 인해 누적적자 1조5천억원을 넘긴 상태이고, 투자 계획도 전면 보류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한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소니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의 LCD 합작법인 S-LCD의 지분을 정리한 것도 큰 뉴스다. 패널 판가 하락 및 TV사업 부문의 8분기 연속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소니는 도시바와 히타치 등과 함께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합쳐서 통합법인인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을 결정했으며, 올해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2011 - 3D TV 주도권 다툼, 패널 기술 논란으로 이어져
지난해 상반기에는 셔터글라스 3D TV 디스플레이 기술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간 논쟁이 뜨겁게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안경에 3D 기능을 접목한 셔터글라스(SG) 방식을 내세웠고, LG디스플레이는 패널에 필름을 붙인 편광필름패널(FPR) 방식을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FPR로는 제대로 풀HD를 구현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LG전자는 깜박임 현상과 SG 방식 3D 안경의 불편함을 지적하며 반박했다.
3D TV 논쟁은 하반기 들어 모바일 디스플레이로도 이어졌다. LG는 AH-IPS를 앞세웠고, 삼성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AMOLED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양사의 과열된 논란은 한때 감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소비자 관심과는 동떨어진 기술 중심 논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지난해 세계 3D TV 시장이 큰 관심 속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세계 스마트TV 판매량 성장 추이 전망(자료:디스플레이서치)
연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대수 | 4천400만 | 6천만 | 8천400만 | 1억600만 |
◆2012 - 위기 요소 많지만 이머징 국가 수요 든든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이벤트가 8월에 예정돼 있는데다, 국내만 하더라도 올해 말 아날로그 방송의 전면적 종료를 앞두고 있어 디지털TV를 장만하려는 수요가 많다. 이미 온라인쇼핑몰과 대형 할인마트 등을 중심으로 저가 디지털TV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위기 요소도 많다.
지난해 4분기부터 패널 가격 하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아직 공급 과잉 현상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선진국쪽 금융불안과 재정 위기로 인한 수요 위축 역시 회복되지 않았다. 때문에 TV 수요 회복 역시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최근 올해 세계 TV판매량을 2억5천436만대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비 성장률이 한자릿수대(2%)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중 평판TV 시장 규모는 2억3천889만대로 추산했다. LCD TV가 2억2천500만대, PDP TV가 1천400만대 가량이다.
또한 올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의 규모는 올 한해 5만대 수준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15년이면 280만대에 육박, 세계 TV 시장의 1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TV시장 성장 전망(자료:디스플레이서치)
연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5년 |
대수 | 2억4천700만 | 2억5천500만 | 2억6천600만 | 2억8천600만 |
선진국 시장 경기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중국과 중동, 남미 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은 여전히 TV 제조사들의 기대가 큰 곳이다. 지난해 북미·유럽 지역의 불경기 속에서도 TV제조사들의 수익을 방어해주던 시장은 이머징 마켓이었다.
특히 중국 TV 시장은 지난해 4분기에만 판매량이 1천300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한 단일 국가 기준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TV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로 3D TV 보급율이 유럽 시장과 견줄 만큼 매우 높다. 평판TV, 그중에서도 3D TV 중심의 시장 성장세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시장 선도 업체들에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BOE 등 대형 LCD 생산라인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계속 해 온 중국 업체들이 대형 패널 생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해외에서 생산된 LCD에 대한 관세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패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 -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 커져
불황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업체들의 고군분투는 LCD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OLED 수율 개선 및 대형화를 비롯해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및 상품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올해는 OLED TV 시장의 성장과 함께 OLED 패널의 대형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2012 CES에서 55인치 OLED TV를 선보이는 등 OLED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등 주로 중소형 모바일 기기 패널로 이용됐던 능동형(AM) OLED는 올해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2010년 12억5천달러 수준이었던 AMO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42억달러) 이미 PDP를 넘어서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빛을 투과해 디스플레이 뒤쪽이 훤히 보이는 투명 디스플레이도 업체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는 오는 2025년까지 투명디스플레이 관련 시장이 872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 - 삼성·LG, '다시 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LCD 사업부장으로 메모리 제조센터장 출신의 박동건 부사장을 선임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으로 옮긴 권영수 사장 대신 한상범 TV사업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맞았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보다 악화된 수익성 회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패널 가격 반등에 따른 시황 개선이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FPR 방식 3D를 꾸준히 마케팅하는 한편, 울트라북에 들어가는 슈리켄 디스플레이, 얇은 베젤의 아트TV 디스플레이 등 특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SMD 역시 OLED 시장을 선점한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만·일본 업체들의 감산 및 투자 감소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올해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급성장하는 태블릿용 패널을 비롯해 OLED TV, UD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경쟁력이 있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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