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제약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온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기존 발표와 큰 틀의 변화없이 강행된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약가 일괄인하가 시행될 경우 업계에 미칠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시행방안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약가 일괄인하 방안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 약가 제도 개편을 위한 세부규정(고시)을 입안 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약가고시는 약가를 53.55%로 일괄 인하하는 지난 8.12 발표 내용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및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한 가격인하 제외 및 약가우대 대상을 설정했다.
우선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단독등재 의약품, 퇴장방지 의약품, 기초수액제 등 약가인하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약 4천700개 필수의약품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생산기업이 3개 이하인 희귀의약품은 약가를 오리지널 70%, 제네릭(복제약) 59.5%로 우대키로 했다.
아울러 제약업계의 R&D 촉진을 위해 개량 신약,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제네릭과 원료합성 제네릭 등도 약가를 우대키로 했다.
이밖에 올해 12월 이전에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은 신규등재의약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새로운 약가산정 기준에 따라 약가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제네릭 등재에 의한 오리지널 약가 인하 원칙'이 처음 도입된 2007년 1월 1일자 가격으로 동일제제 최고가를 판단하고, 가격이 동일효능군 제품 중 하위 25% 이하인 상대적 저가 제품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격인하 대상 품목은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1만4천410개 중 53%에 해당하는 7천500여개로 줄어든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폭적인 약가인하로 인한 공급불안 문제에 적극 대응해 국민 불편을 사전에 차단하고 제약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인하 제외와 우대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새로운 약가인하 고시안을 다음달 1일 행정예고 후 12월 1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확정해 내년 1월 중 시행하기로 했다. 이 경우 기등재약의 가격 인하 고시는 내년 3월 중 이뤄지며, 실제 약가는 4월부터 인하된다.
이번 새 약가인하 제도로 약가인하 대상 의약품은 기존 8천700품목에서 7천500품목으로 줄어들고, 이에 따라 2조1천억원으로 추정되던 약가인하 규모는 1조7천억원으로 다소 감소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약업계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에 발표된 약가인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8.12 약가인하 정책과 큰 차이는 없다"며 "제약계의 의견은 반영된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가격인하 제외와 약가우대 대상을 확대했다고 하는데 당장 매출이 줄어들 판에 어느 회사가 연구개발에 나서겠느냐"며 "결국 겉만 번듯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제약업계는 이번 새 약가 일괄인하안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다.
제약협회는 정부의 약가인하 고시 이후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일괄인하를 정부 고시로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는 점을 주장하며 헌법소원 제기도 진행할 방침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불합리한 약가 일괄인하 정책의 추진을 막기 위해 법적대응, 생산중단, 궐기대회 등의 구체적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