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다시 도전하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냉철하게 우리를 돌아보면서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고 있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자.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1년 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서 한 얘기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인해 회사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는 충격을 맛봤다. 그 직후 LG전자가 꺼낸 카드는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CEO 취임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7일 취임 당시 구 부회장은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고 있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자"며 LG전자의 명예를 되찾을 것을 다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를 위기의 수렁에서 건져냈을까.
위기 타개를 위해 구 부회장이 강조한 것은 ▲품질 경영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꺼낸 화두는 '독한 LG'였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가짐으로 '품질 관리'라는 본연의 경쟁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구 부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서 결단력을 발휘한 덕분에 최근 LG전자는 강해진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CEO 직속 조직을 늘리고 품질경영에 필요한 R&D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더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여러 건의 인수합병도 감행했다.
올해 초 LS엠트론 공조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수처리 전문업체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2014년까지 경기 평택에 태양광, LED 조명 등 성장동력 사업의 연구개발(R&D) 및 생산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적자전환 6개월만에 올해 흑자 구조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의견이 많다.
실적 반등의 키를 쥐고 있는 휴대폰 사업 부문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 규모 자체는 줄여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부문의 경쟁력 회복이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폰 부문의 사업 축소로 인해 흑자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며 "체질 개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주요 수요처인 북미와 유럽 지역 선진국 경기 침체가 주 원인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세계 IT업계의 흐름이 스마트폰·태블릿PC 대중화,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등으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LG전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가전 시장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익률 방어가 쉽지 않다.
본원적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시장의 시각 때문에 11만~12만원대 수준이던 주가는 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최근에는 휴대폰 사업 부문의 인력 재배치 및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오면서 갈 길 바쁜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스마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독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스마트함'을 보강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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