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MVNO)이 요란하게 출범한지 한달 반이 지났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대 20%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면서 통신시장에 '경쟁'을 불어넣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사업을 시작한 MVNO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아이즈비전, 인스프리트 및 에스로밍 등은 출범 한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가입자 1만명을 채 모집하지 못한 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반 가입자 모집 부진…1만명도 안돼
아이즈비전과 에스로밍은 기존에 선불전화사업자로 이미 영업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자사 고객을 MVNO 가입자로 전환하면서 초기 1천여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하지만 선불전화 이용자 저변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스프리트는 기업 대상 MVNO 등 B2B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 가입자 모집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상황.
MVNO 출범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KCT조차 가입자 모집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재 전체 MVNO 가입자는 1만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CT의 경우 MVNO '대표주자'를 자처하면서 출범 전 MVNO 도매조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행보와 달리, 정작 사업 개시 이후에는 소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어 '사업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KCT가 모집한 가입자는 500여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KCT가 직접 나서서 광고를 하거나 현 통신 3사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한 자금이나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때문에 KCT는 MVNO 가입자 모집을 위한 영업을 대행해 줄 유통망을 찾고 있다.
통신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흔히 보이는 '휴대폰 대리점'과 같은 점조직 영업망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선불사업자 아이즈비전과 에스로밍, 기업이 영업 대상인 인스프리트와 달리 KCT는 일반 휴대폰 이용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영업 및 유통망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그럼에도 KCT가 자체적으로 이동통신 유통망을 갖추기에는 비용이나 조직, 인력 등 모든 면에서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시작된 MVNO는 '재제공'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KCT는 자체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영업 및 유통을 대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KCT와 이동통신 유통 협약을 맺는다면 방송통신위원회에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대리점은 수시로 변하는 가격이나 유통 정책 관리를 위해서도 상당히 조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별도 판매점 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와 계약한 것만으로는 유기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혹시라도 소비자 민원이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유통업체와 MVNO가 '핑퐁(서로의 잘못을 떠넘기는 행위)'을 할 수 있다"면서 "이는 MNO와 MVNO 사이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인데 여기에 판매점까지 끼어든다면 조직력이 없고 준비가 안된 MVNO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CT 측은 "선불전화 자체가 가입기반이 한정돼 있다"면서 "본격적인 영업은 후불이동전화 MVNO가 가능한 10월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CT는 이 때까지 영업망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대안 통신사'로서의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MVNO의 초반 부진이 '선불전화'로서의 한계인지 사업 준비부족의 결과인지 지켜볼 일이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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