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하는 이동통신 재판매(MVNO) 제도라는 점에서 경쟁을 위한 환경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MVNO가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의 활력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뒤따라야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소한 3년 일몰제인 법의 테두리 안인 2012년 말까지만이라도 망 임대사업자(MNO)가 내놓은 도매대가율보다 더 싼 대가율을 받을 수 있도록 '다량구매할인' 및 설비 투자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MVNO 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문가들도 MVNO 성공을 위해 다량구매할인 등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경쟁 치열하다는 이통시장, 실은 '무풍지대'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이미 보급률 100%가 넘은 시장이다. 가입자가 전체 인구수인 5천만을 넘어섰다. 게다가 1위사업자부터 순서대로 50%, 30%, 20%로 고착화된 시장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 3사는 매년 매출의 20%가 넘는 7조~8조원의 막대한 비용을 마케팅 비로 쏟아부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3사의 표준요금제는 기본료 1만2천원(LG유플러스는 기본료 1만1천900원), 국내 음성통화료 초당 1.8원으로 똑같이 설계돼 있다.
1천만 가입자를 훌쩍 넘어선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는 3사가 마치 담합이나 한 듯 동일한 기본요금을 받고 있다. 3만5천원, 4만5천원, 5만5천원 등 정액요금 기본료나 해당 요금제 안에서 제공하는 음성, 데이터 제공량도 대동소이하다. 회사별로 문자메시지 갯수 등이 소폭 차이날 뿐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구조가 여간해선 변화하지 않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시 받는 '보조금'이 아니면 이동통신 3사의 요금 경쟁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현 이동통신사보다 최저 20% 싼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MVNO가, 움직이지 않는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문제는 현 재판매 제도 구조가 이들이 정말 그렇게 저렴한 요금을 내 놓을 수 있도록 형성돼 있냐는 것이다.
오는 7월 MVNO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장윤식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대표는 "보급률 100%가 넘는 국내 시장에 MVNO를 도입한 것은 시장 확대라기보다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 시키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통신사업자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중소업체가 후발사업자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입장과 후발 사업자의 입장을 '동일하게 조율'해 양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지배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과 매한가지라는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장 대표는 특히 "MVNO는 이동통신사와 후발 사업자의 '윈윈'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확대를 목적으로 도입하는 경우이지, 우리나라처럼 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려면 지배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잃도록 하는 공격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폈다.
◆"통신사, 도매대가 더 내릴 여력 있다"
방통위는 MVNO 전담반 운영을 통해 사업 출범을 위한 MVNO의 요구를 다수 수용하고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적극적인 협상을 유도해온바 있다.
그러나 이 전담반에서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별도로 협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도매대가의 '추가할인' 여부다.
MVNO들은 현 수준의 도매대가가 20% 저렴한 요금을 내놓는데 적정하지 않다며, 이용자가 많을때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는 '다량구매할인'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MVNO는 방통위를 통해 최대 16%포인트의 추가 할인을 '다량구매할인' 명목으로 더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VNO가 이용할 수 있는 도매대가는 '소매요금할인' 방식으로 소매가에서 44% 할인된 가격이다. 즉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100원에 통신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MVNO인 KCT는 44% 할인된 66원을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형식이다.
이 도매대가에 16%포인트가 추가되면 총 60% 할인을 받게 된다. 100원 중 40원만을 원가로 지불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MNO 측은 "이미 도매대가를 산정할 때 뺄 수 있는 모든 비용을 다 빼고 산정한 것이다. 모든 민·관·학계 전문가가 합심해 계산하고 재단해 법령으로 만든 것이 현 도매대가이다. 그런데 추가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MVNO들이 자신들의 부족한 준비를 막연히 원가를 낮춰 벌충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통신사가 원가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MVNO 전문가는 "아직 제도가 본격 시행 전이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잘잘못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MNO가 현 수준보다 도매대가를 좀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16%포인트가 적정한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도매대가보다는 더 할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 역시 "결국 MVNO 사업자가 무조건 불리하게 돼 있다.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는 점유율을 갉아먹히면서 자신들의 망을 내어줘야 하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는 후발 사업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가가산방식, 자칫하면 손해크다
MVNO들은 다량구매할인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법령 자체를 바꿔 현 소매요금할인 방식이 '아닌 원가가산'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MVNO가 코스트플러스 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말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3사는 LTE 투자를 비롯해 각종 네트워크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데다 콘텐츠 확보 및 개발자 에코시스템 확충을 위해서도 비용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원가가 치솟게 되는데, 통신사 입장에서야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만큼 순간순간의 원가를 소매요금에 반영하지 않지만, 재판매를 하는 MVNO 입장에서 원가가 이렇게 치솟게 되면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가가산방식이 현재로는 소매요금할인보다 더 싸 보여서 주장하는 모양인데, 불과 몇개월 후면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 측은 공식 논평을 통해 "아무런 자생력 없이 할인율인하, MNO에 지원요청만 하는 것은 아무 노력없이 시장 진입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MVNO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국내시장의 경쟁력만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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