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 호흡기계 질환에 세균을 잡는 항생제 처방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아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0~12월 서울·경기 지역 소재 의사 353명(응답률 35%)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급성호흡기계 질환에 항생제 처방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조사결과, 호흡기계 질환별로는 급성 부비동염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율은 84.2%, 급성 편도염은 84.1%, 급성 기관지염은 64.3%에 달했다.
또 급성 인두염 환자에 대해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편이라는 응답비율은 17.3%, 급성기관지염에 대해 항생제를 많이 처방한다는 비율은 38.5%로 나타났다.
급성 인두편도염과 급성 기관지염은 80% 이상이 바이러스가 발병 원인으로 항생제의 효과가 미미하다. 항생제를 자주 쓸 경우 내성이 증가해 약제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치료 가능한 대상 질병의 폭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생제 처방을 신중하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53.5%, '약간 그렇다'는 응답이 44.8%로 90% 이상이 호흡기계 질환에서 신중하게 고려한 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 비중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가 2%, '약간 그렇다'가 41.4%인 반면, '그렇지 않다'가 44.2%, '전혀 그렇지 않다'는 11%였다.
항생제를 처방할 때 참고하는 자료로는 학회, 연수교육, 학술지를 꼽은 응답비율은 38.8%, 진료지침을 참고한다는 응답은 25.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항생제가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는 원인으로는 '질병의 빠른 치유를 위해서'란 응답이 49.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환자들이 원해서' 28.6%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환자들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43.3%, '임상진료지침 개발'이 26.9%,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이 9.1%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외국에서는 항생제 내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성 부비동염, 급성 인두염, 급성 편도염, 급성 기관지염에서 항생제 사용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근거를 마련해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고 72시간 혹은 10일 관찰하는 한편 증상이 지속되거나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사평가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급성 인두편도염, 급성 기관지염 등 급성 호흡기계 질환에서는 항생제 효과가 미미한데도 항생제 처방이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여전히 높게 나왔다"며 "의사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생제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과 사례에 대한 진료지침 개발이 시급하다"며 "환자들에게 항생제 관련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올바른 항생제 사용에 대한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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