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지난 1년간 집행한 마케팅비용 총액이 매출액 대비 22%를 모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액 제한을 권고했던 방송통신위원회가 모종의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31일 LG유플러스를 끝으로 통신 3사가 모두 발표한 2010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3사는 매출액 대비 22%로 제한된 마케팅비용을 모두 초과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5월 방통위의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이 본격 시행된 이후 5개월간은 22% 제한선을 간신히 지켜왔다. 하지만 아이폰4가 출시되고 난 이후 4분기에 과다한 비용이 집행되면서 결국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을 넘기게 됐다.
이 회사의 2010년 연간 마케팅비용은 매출 대비 24.2%를 기록했다. 2009년보다는 0.6% 소폭 감소한 수치. 회사측은 "아이폰 출시 등 경쟁이 심화됐지만 오히려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이 발효되고 난 이후에도 비용 증가세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T는 2010년 한해동안 2조8천250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집행, 2009년에 비해 2.8% 늘어났다. 이는 유무선 마케팅비용을 합산한 것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13%를 조금 상회한다.
LG유플러스는 1조6천908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썻다. 이는 매출액 대비 19%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역시 유무선 분리가 되지 않은 전체 마케팅 비용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유선과 무선을 분리했을 경우 무선, 즉 이동통신 사업 부문에서는 가이드라인인 22%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한 통신사들에 방통위가 제재를 가할지 주목된다.
본래 '가이드라인'이란 별도의 법적 제재가 없는 단순 권고안이다. 따라서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던 시점에서도 '강제 권한이 없는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수시로 표명해 왔다.
마케팅비 총액규제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과열경쟁을 막고 이를 콘텐츠 육성 및 무선인터넷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재투자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논리였다.
이에 따라 연간 마케팅비 총액이 가이드라인을 넘겨버린 업체에 대해 방통위가 직간접적으로 본격적인 제재의 칼을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스마트폰 출시로 인한 경쟁 격화 등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준수하도록 권고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사실은 분명하다"면서 "(제재방안에 대해)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별도의 제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보호국이 '단말기 보조금'이 과다 집행됐는지 등을 정밀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이용자 차별 행위 등을 근거로 단말기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는지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 이미 실태조사를 했는데 이번에 다시 정밀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방통위의 액션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시중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신분야 주요 이슈로 마케팅비 총액규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마케팅비 규제를 어긴 업체에 대해 방통위가 '일벌백계'로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의 연임 및 국실장 인사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제정의 주요 주체인 최시중 위원장의 연임 여부 및 해당 국실장 인사로 인해 이에 대한 조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이 통신시장의 강력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