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를 빌려 전문 요양병원을 개원한 A 씨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환자를 입원한 것처럼 진료기록과 입원확인서를 조작해 수억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가 들통났다. 이 병원 환자들은 보험사로부터 수억 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해오다 적발됐다. '나 하나쯤은 걸리지 않겠지' 하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첨단 통계를 활용하는 '사기방지시스템'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손해보험 업계가 실시간 데이터분석을 활용하는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논리적 오류가 나타나거나 범죄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확인해 '작업 초기' 이를 구분해내기 위한 것이다.
분석예측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25일 "생명보험사에 이어 LIG나 현대해상을 비롯한 주요 손보사로 사기인지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정되면 보험금 심사담당자나 특별조사팀에게 정보가 전달돼 추가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며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해 보험사기 적발률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한달 앞서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손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해에서부터 질병, 자동차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고유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통계 기반의 모델 룰과 비즈니스 룰을 이용해 청구된 건의 손감(손해 감소) 여부를 조사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보험사기 사전 인지시스템'과 판단 모델을 통해 적발하기 어려운 특정 집단의 특이점을 사후적으로 적발하는 '보험사기 사후 인지 시스템', 사전 판단모형과 사후 판단을 위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리스크 마트(Risk Mart)' 등 세 가지 영역으로 구축됐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시스템 도입 이후 조사대상 사안들이 50% 이상 증가했으며, 그만큼 촘촘하게 문제 가능성을 체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부화재가 막바지 시스템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 업계 전반에 걸쳐 분석예측 솔루션을 활용하는 '사기방지' 시스템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사기인지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갈수록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동시에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정된 인력과 데이터로 사기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보험사기는 결국 다른 보험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조사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장기보험과 관련된 사기 적발금액의 경우만 해도 지난 5년간 무려 16배나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는 2배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역시 지난 2005년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도입 후 3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며 "사기방지로 인해 보험계약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프로그램 전문기업 SAS 관계자는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는 마이닝 기술을 기본으로 보험업계에 나타나는 사기수법 등을 적용한 솔루션이 만들어진다"며 "수십~수백 개의 변수를 확인하고 특정 사기패턴을 걸러내는 작업이 기존 수십일 단위에서 몇시간 단위로까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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