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던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한 이후 극한 경색을 거듭하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일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평화적 통일에 대한 많은 나라들의 지지 기반을 우리가 얻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적 통일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흡수통일의 방식은 논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후 여당에서도 우리 사회의 통일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안보와 함께 평화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는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통일 논의가 실종된 것으로 아는데 심지어 학교 현장에서도 통일 이야기가 사라졌다"면서 "흡수통일이나 북한 급변사태 등 상대를 부정하는 통일이 아닌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 선에서의 통일론을 활발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연평도 사태가 터졌을 때 강고한 안보 태세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우리 당이 말할 때 정부 여당이 이를 비난했던 일"이라고 비꼬았다.
손 대표는 또 "6자회담 뿐 아니라 모든 가능한 대화의 틀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 스스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며 "개혁개방은 군사적 긴장이나 대북 압박과 제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바탕으로 교류 협력을 더 활발히 할 때 이뤄진다. 지금은 통일을 말할 때가 아니라 평화를 말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이 걸려도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라며 "형식적으로나마 흡수통일의 깃발이 내려진 것 같다"고 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줄기차게 전쟁불사, 6자회담 불가를 외쳤던 것과 국방부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어제 말씀은 정치적 수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철학은 이미 없다는 것이 판명됐지만 이번만은 다르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