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 개봉한 외국영화 중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타이타닉>이 갖고 있던 전세계 흥행 수익 최고 기록인 18억 달러도 바짝 뒤쫓고 있다. <아바타>의 특징은 무엇보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영상미에 있다. <아바타> 영상의 아름다움은 3D 기법으로 더욱 빛난다. <아바타>를 기점으로 영상 세계는 3D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개봉 1달 만에 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아바타>는 3차원(3D) 기법 영화로 유명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재현한 행성 ‘판도라’는 실제로 우주 어딘가에 있는 한 지역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이다. 또 아름답다. 이 영화를 보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행성 ‘판도라’에 마음을 빼앗겨 다시 태어나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글이 <아바타> 관련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아바타>는 그만큼 행성 판도라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멋들어지게 재현해냈다. 욕심 많은 인간의 자연 침략이라는 주제가 식상하다는 의견은 있어도, 영상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파란 피부에, 코가 두껍고, 키가 크고, 팔과 다리가 길쭉길쭉한, 행성 판도라에 사는 원주민 ‘나비’족. 사람 두 세 명은 한 번에 잡아먹을 수 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한 번 등에 올라탄 나비족에겐 자가 비행기 역할을 마다않는 익룡 ‘이크란’. 그리고 신성한 나무를 둘러싼 기기묘묘한 동물과 식물. 마지막엔 첨단 장비로 무장한 지구인과 이에 맞서는 나비족 간의 장엄한 전투 장면까지.
<아바타>는 세 시간 가까운 관람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영화 안의 그 신비롭고 귀엽고 예쁜 세계는, 생각보다 크고 무거운 3D 안경을 쓰고 보는 불편함과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3D 상영관이 북적거리는 이유일 테다.
할리우드, 2010년에만 30개 내외의 3D 영화 나올 전망
<아바타>가 영화, 방송, TV 등 관련 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바타>로 인해 3D 시장 활성화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영화뿐 아니라 방송 시장에도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
3D 영화 제작은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도했지만 당시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04년에 3D 장편 영화인 <폴라 익스프레스>가 개봉했고, 뒤이어 <몬스터 하우스> <베오 울프> 등이 나왔다. 이를 통해 점차 3D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쌓이긴 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미미하게 알려지던 3D가 <아바타>로 인해 어느새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바타>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많은 나라에서 휘몰아치는 중이다. 국내에선 아바타 3D 상영관의 좌석 예매율이 90%에 이른다고 한다(지난 1월 기준). 한 사람당 1만3천~1만6천 원을 내야하는 3D 영화가 이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나 싶다.
아마도 <아바타>를 통해서 처음으로 장편 3D 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바타에 대한 만족감은 앞으로 나올 3D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이를 반영하듯, 전세계적으로 3D 영화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장 앞서는 곳은 역시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다. 드림웍스와 디즈니는 앞으로 모든 애니메이션을 3D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드림웍스는 <슈렉> 4편인 <슈렉 포에버>를 3D로 제작하고 인기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와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은 3D 영화 <틴틴의 모험:유니콘의 비밀>을 힘을 합쳐 만들고 있다. 팀 버튼 감독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3D로 제작했고, 오는 3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에 할리우드에서만 30개 내외의 3D 영화가 나올 전망이다.
새로운 블루오션 3D 시장 두고 치열한 경쟁 예상
3D 영화 열풍은 충무로에도 번지고 있다. 2009년 1천만 관객 영화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SF 영화 <제7광구>를 3D로 제작할 계획이다. <친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제2차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 <아름다운 우리>를 3D로 만들고 있다. 민병천 감독 역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3D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방송 시장에서도 3D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TV 제조사인 소니, 파나소닉,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와 방송업계, 또 각국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3D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3D 전문 채널을 개국한 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3D로 중계할 방침이다. 가전사인 소니는 2월에 전세계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영상 재생 장치인 블루레이용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지난 1월부터 3D 전문채널을 만들어 방송을 하고 있다. 케이블TV에서도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를 3D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시험방송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지상파 방송을 3D로 볼 수 있는 시험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위성DMB에서도 3D 방송을 곧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3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기관이 합동으로 3D 산업 발전 방안을 1~2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3D 관련 기초기술 연구개발(R&D)에만 3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기관에서도 3D 관련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3D 관련 세계 시장이 연평균 52.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오는 2015년엔 6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3D 시장이 오는 2023~2027년에 5조6천억원대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3D 시장 활성화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
많은 전문가가 3D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D 시장이 시기상조라며 과대포장을 걱정하는 이들 역시 ‘콘텐츠 부족’을 큰 이유로 꼽는다. 개발비가 많이 들고, 관람료가 비교적 비싼 3D 영화가 <아바타> 정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있겠냐는 의견이다. 그나마 영화는 괜찮은 편이다. 방송은 더하다. 3D 시장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비싼 돈 주고 3D TV를 사봤자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한다. 가족이 함께, 편안한 자세로 시청해야 하는 TV를, 저마다 안경을 끼고 보는 데 대한 불편함도 거론한다.
콘텐츠가 풍부해야 3D 산업 성장이 빨라진다는 의견은 이미 <아바타>가 증명했다. 3D라곤 어렸을 때 대전 엑스포의 한 상영관에서 덜컹덜컹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봤던 몇 분밖에 안 되는 영상이 전부였던 사람조차도 아바타를 통해 그 재미를 실감했다. <아바타>로 인해 3D 영상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 3D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부정적인 시각이 함께 존재하지만, 영상 산업의 한 축이 3D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글 |김도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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