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의 두 강자인 CJ와 태광이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CJ는 16일 그룹내 6개 계열사를 통합해 종합 콘텐츠 전문회사를 내년 3월 1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으며, 태광은 최근 케이블TV업체(SO)들과 함께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CJ와 태광의 행보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 중심의 사업구도 재편에 적극 나섬으로써 시장을 리드하자는 것이지만, 현행 방송법 규제가 선진적으로 개선되지 못한다면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방송법 시행령을 고쳐 매출액 제한(PP 전체 매출액의 33%), 종합유선방송사(SO)의 특정사업자 임대 전체 운용채널의 20% 초과 금지, MSP(MSO+MPP)의 특수관계자 채널 35% 초과금지 등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CJ와 태광의 다른 전략...18일 SO 최고경영자워크숍 주목
CJ그룹은 16일 오미디어홀딩스가 온미디어, CJ미디어, 엠넷미디어, CJ인터넷 및 CJ엔터테인먼트을 흡수 합병해 내년 3월 1일 통합법인(가칭 CJ E&M)으로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통합방법은 오미디어홀딩스가 각 합병대상 계열사와의 정해진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며(단 오미디어홀딩스가 보유한 온미디어 보통주에 대해서는 합병신주 배정 안함), 주주총회와 합병기일은 각각 2010년 12월30일과 2011년 3월1일로 예정된다고 공시했다.
이를통해 만들어지는 (가칭) CJ E&M의 자본금은 1천743억원이고 최대주주 ㈜CJ의 지분율 37.3%에 이르게 된다.
통합법인은 ▲케이블TV 방송콘텐츠(온미디어, CJ미디어, 엠넷미디어 보유 PP 19개)▲인터넷에서의 게임/음원사업(CJ인터넷, 엠넷미디어 보유 사업부문)▲영화 콘텐츠사업(CJ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모두 아우르게 된다.
회사측은 통합의 이유에 대해 "경영효율성 증대시키고 엔터테인먼트사업(영화, 음악, 게임)과 미디어사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통합법인의 케이블 PP수는 19개로 케이블TV 시청점유율이 30% 수준에 이르면서 케이블TV 광고와 수신료 협상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며, CJ미디어와 온미디어의 해외콘텐츠 판권비용 통제로 비용도 효율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자체제작 방송콘텐츠와 게임/음원/영화판권 등의 자기콘텐츠의 활용범위가 극대화될 것이며, 미디어플랫폼 확대시 콘텐츠 공급 협상력이 크게 강화돼 자기 콘텐츠를 활용한 부가판권 수익증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하이투자증권은 합병법인의 연간 매출(자회사 포함한 연계매출 기준)은 1조3천억원 수준에 달하고 순이익은 1천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SBS그룹(SBS, SBS홀딩스, SBS콘텐츠허브 등)에 대응 가능한 국내 대형 미디어콘텐츠 상장사가 새롭게 등장하는 의미있는 변화라고 판단했다.
가입자 340만을 가진 MSO(복수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와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티캐스트 등을 보유한 태광그룹 역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종편) 허가신청을 추진중이다.
종편이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보도·엔터테인먼트·드라마 등을 자유롭게 편성해 내보낼 수 있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 유료방송 가입가구가 1천400만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지상파와 버금가는 커버리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종편추진 전담팀을 두고 중소 및 중견 SO와 종편 진출을 협의중이며, CJ헬로비전이나 씨앤앰, 현대HCN 등 대형 회사들의 관심은 적지만 오는 18일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리는 'SO 최고경영자 워크숍'을 전후로 태광컨소시엄에 참여하는 SO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계 관계자는 "CJ 통합법인은 '보도'를 빼면 사실상의 종편이라고 할 수 있고, 태광 역시 티캐스트의 자체 제작 편성비율을 최근들어 전년대비 2배이상 높이는 등 콘텐츠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종편 허가로 인한 미디어 시장 변화를 앞두고 유료방송의 두 강자가 사업구조를 발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방송규제론 경쟁력있는 미디어 그룹 출현 어려워
지난달 (사)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한 '방송통신 융합시대 방송콘텐츠 사업규제제도 개선방안'에서는 미디어 산업 발전을 옥죄는 현행 규제들을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원대 정인숙 교수는 "지상파는 전체 매출액 총액의 33%(3조6천억원)를 넘지 못하게 하면서 KBS, MBC는 예외를 인정해 주는 반면, PP는 전체 매출액(약1조4천억)의 33%(4천620억원)을 넘지 못하게 해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고 지상파 계열 PP와 매출액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CJ E&M의 PP 관련 매출액은 규제 때문에 4천62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것. 또한 CJ나 태광이 계열사 플랫폼을 통해 자사가 만든 콘텐츠를 채널수 기준 35% 넘게 방영할 수도 없다.
이는 디즈니나 타임워너 등과 경쟁할 국내 콘텐츠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걸 의미하며, 자칫 중국에 아시아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4개 기업에 4조5천억원을 투자해 중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인숙 교수는 "시장 상황 및 정책 목표에 맞게 규제수단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PP의 매출액 33% 제한을 폐지하고, 특정계열 PP에의 임대수를 전체 20%로 하는 규정을 폐지하며, MSP 사업자의 35% 채널 제한 규제도 없애는 등 규제영향 평가를 통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email protected], 박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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